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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두 갈래로 꼬인 구조” 왓슨의 탄성 이끈 나선 연구

수학이 뭐길래 
자칫 지루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기하학은 한때 교과 과정에서 폐지하자는 논란까지 있었다. 그런 기하학은 역사적으로 왜 중요해졌던 걸까? 나선이라는 곡선을 중심으로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중세 서유럽 대학의 수학 교육 과정에서 다루었던 곡선은 원이 유일했다. 그렇다고 고대 그리스에서 연구된 곡선이 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아르키메데스는 원 외에도 타원·포물선·쌍곡선을 연구했고 『나선에 관하여』에서는 나선에 대해 소개했다.
 
나선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던 최초의 인물은 화가이자 판화가였던 뒤러였다. 뒤러는 『컴퍼스와 자를 이용한 측정에 관한 네 가지 책』에서 다양한 기하학적 작도와 함께 여러 가지 나선의 작도와 그 원리를 다루었다. 그는 자신의 책이 단순한 수학 서적을 넘어 기술자들과 예술가들이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기하 작도에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되기를 바랐다. 독일어로 씌어진 그의 책은 이후 수준 높은 예술가들이나 장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고, 나사못이나 스크루 같은 다양한 장치들이 개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의 진동 연구하며 파동방정식 유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근대 초 수리과학자들은 자연의 주기적인 운동을 연구하면서 그중 하나인 진동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나선은 새로운 관점에서 발전했다. 베르누이 형제와 오일러, 달랑베르, 라그랑주 같은 수학자들은 현의 진동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면서 파동방정식으로 알려진 수학 방정식을 유도했다. 이후 푸리에는 열의 전도 문제를 연구하면서 함수가 어떤 구간에서 주기적일 때 삼각함수의 급수로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런 가운데 천문학자였던 베셀은 서로 간에 중력을 미치는 행성들의 운동 및 행성의 섭동 문제를 연구하면서 베셀함수라고 불리는 함수를 개발했다. 베셀함수는 출판 이후 수리물리학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일종의 나선 형태의 움직임을 보여 주는 베셀함수는 다양한 원통 형태에서의 열이나 전자기파의 전달, 그리고 탄성체의 운동 등을 다루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후 베셀함수는 열 전도 문제 외에도 유체 역학이나 전자기학, 그리고 음향학 분야 등에 널리 활용되었다.
 
베셀함수와 나선 구조에 대한 이해는 생명과학 분야의 중요한 연구였던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히는 데도 기여하였다. 이 분야 연구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는 X선 카메라로 DNA를 관찰하던 로잘린드 프랭클린이었다. 그는 1950~51년 킹스칼리지에서 래이 고슬링의 도움을 받아 미세한 DNA 가닥을 X선으로 촬영하면서 마른 상태의 DNA 사진(A타입)과 젖은 상태의 DNA 사진(B타입)을 얻었다. 이때 B타입의 사진은 나선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나 A타입의 X선 회절 사진은 매우 복잡한 형태를 보여 주었다. 로잘린드는 DNA의 구조가 나선이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X선 회절 사진 보고 나선 구조 떠올려
 
그러나 킹스칼리지에서 DNA 구조를 연구하던 모리스는 로잘린드와는 달리 X선 회절 사진이 DNA가 나선 구조임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다. 로잘린드 중심으로 돌아가던 킹스칼리지의 연구 상황에 낙담한 모리스는 DNA X선 회절 사진을 킹스칼리지에 알리지 않은 채 케임브리지대학의 제임스 왓슨에게 보여 주었다. 이후 왓슨은 이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잽싸게 케임브리지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내가 본 것을 이야기했다. 내 머릿속에는 지체 없이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프랜시스(프랜시스 크릭)와 나는 마분지를 도려내어 모형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두 가닥의 DNA가 서로 꼬인 형태들에 먼저 집중해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왓슨은 안식년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 와 있던 구조화학자 제리 도노휴의 도움을 받아 DNA 염기쌍들의 구조를 수정했다. 그리고 곧 이어 크릭이 염기쌍들의 구조를 조정하면서 이중나선구조가 완성되었다. 왓슨은 그 구조를 완성하는 데 사흘도 걸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나선 구조임을 확신한 상황에서 세부적인 구조를 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왓슨과 크릭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사실 크릭은 그 이전에 특정 분자가 나선형 구조를 지니고 있을 때 어떤 식의 회절 무늬를 만들어낼지를 예측할 수 있는 베셀함수들을 고안한 상태였다. 이를 응용하면 그 함수들을 이용해 분자 모형을 조립해 볼 수 있었다. 나선 구조임을 확신하고 모형을 조립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 왓슨과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힐 수 있었던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X선 회절 사진을 보고 나선 구조를 떠올릴 수 있었던 기하학적 상상력과 나선 구조일 때 어떤 회절 무늬를 만들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베셀함수 같은 수학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역사적으로 기술과 수학, 예술, 그리고 과학은 서로 흥미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해 왔고 훌륭한 성과를 보여 주었다. 역사적으로 수학은 전문적인 수학자나 수리과학자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다양한 이들이 수학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성과가 이루어졌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인 융합은 서양의 역사 속에서 낯선 것이 아니었다. 얄팍한 공부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순수한 학문적 관심 속에서 깊이 몰입하는 공부를 경험하게 될 때 어느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는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수학 좀 해보려고 합니다』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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