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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션샤인’이 보여준 방송콘텐트의 품격

김정기의 소통 카페
나이가 들면서 꼰대가 되지 말라는 게 주위의 주문이다. 자꾸 따져 주위를 불편하게 하고, 뭘 들춰내서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 거다. 조심하지만 TV를 보며 꼰대가 되는 일이 잦다. 집단출연자들이 진행하는 연예오락 프로그램들의 매너리즘에 식상해서이다. 진행자와 출연자의 직업·나이·배경·특징, 작품의 주제·소재·포맷의 유사함이 지나치다. 진행과 내용도 괴롭히기·벌주기·신변잡기·외모·말장난·비하 일색이다. 소수의 출연자들이 여러 채널을 독과점하고, 새 작품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인력과 자본에서 거대 조직인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왜 이리 타성적인지 모를 일이다. 콘텐츠를 만드는데  사람, 장비, 비용을 TV만큼 소요하는 곳이 어디 또 있는가.
 
가령 몇 년 사이 대세가 된 많은 먹방 프로그램들도 단조롭기가 천편일률이다. 아무리 보는 것을 믿는(seeing is believing) 세상이라지만 눈요기에 그치면 전파 낭비일 뿐이다. 먹방이 인간의 의식주·문화·공동체·제도·가치·예절과 상관되고, 눈을 넘어 머리와 가슴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거다. 또 다른 대세인 여행관련 프로도 오십보백보다. 국내든 외국이든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보다는 출연자끼리의 수다로 일관한다. 사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주마간산 격이 되고, 해프닝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연휴 때면 출국하는 여행객의 수가 기록을 경신한다고 호들갑이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은 여가시간을 텔레비전 앞에서 보낸다. TV가 수면, 스포츠, 여행, 가사를 제치고 여가생활의 첫 번째 수단이 된 것은 이미 20년 전이다(통계청의 1996년 사회통계조사). 여가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명상, 사색, 철학, 지식추구, 토론을 통한 자기 계발과 같은 인간의 가치를 고양하는 시간으로 여겨졌다. 디지털 플랫폼이 맹위를 떨쳐도 이용시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지상파 TV가 넘버원이다. TV콘텐츠가 재미와 함께 인간의 개성과 인격, 사회의 품격과 소통에 기여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달 30일에 종영된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은 방송콘텐츠가 지니는 소통의 힘을  느끼게 했다.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함으로써 좌초한 대한제국시대의 명암을 변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사랑과 영욕을 통해 역사에서의 패배와 승리를 생각하게 했다. 수탈적인 ‘19금식 사랑’이 범람하는 21세기에 고색창연한 19세기 사랑법이 얼마나 지고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었다. 쇄국과 매국으로 비틀거리는 닫힌 시대의 지구본은 열린 사회, 열린 시스템의 소중함에 대한 예언이다.
 
미스터션샤인은 금전지상주의에 싸여 소비·향락·불륜·배신·일탈의 늪을 헤매는 막장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을 보여 준다. 아픈 시대와 아픈 삶을 통해 치유를 소통한다. TV방송은 사람들을 세계로 인도하는 창이다. 연예오락프로의 창에도 인간의 꿈과 문명이 보여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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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