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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최고갑부 크라수스는 왜 무너졌을까

돈은 필요악인가
1% 부의 비밀

1% 부의 비밀

1% 부의 비밀
샘 윌킨 지음
이경남 옮김, 알키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은 별로 없다. 거액의 재산을 법을 어겨가며 취득한 ‘장물’로 보고, 돈 냄새를 악취로 여기는 ‘도덕 사회’의 도도한 풍토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로벌 경제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비즈니스 리서치 책임자를 지낸 지은이는 이런 사고방식에 반박한다. 약간의 돈은 경제적인 안정을 주지만 엄청난 재산은 자선사업이든, 새로운 세상 만들기이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돈 냄새를 먼저 맡아 거액을 번 ‘수퍼리치’가 되는 과정과 전략을 탐구했다.
 
먼저 고대 로마의 최고 부자로 통했던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기원전 115년경~기원전 53년)를 살펴본다. 크라수스는 당시 로마의 1년 치 국가 예산과 맞먹는 재산을 보유했지만 ‘악랄한 부자’로 악명을 떨쳤다. 워낙 물려받은 게 많았지만 온갖 기묘한 방식으로 재산을 천문학적으로 불렸다. 우선 정적을 숙청해 거기서 나온 엄청난 몰수자산을 챙겼다. 이런 일은 현대에도 있다. 소련이 무너질 당시 국영업체 책임자들이 권력과 제도의 공백을 이용해 기업을 개인적으로 차지하면서 올리가르히(과두재벌)가 됐다.
 
크라수스는 사설 소방대를 조직해 화재 진압비를 선금으로 낸 사람의 불만 선별해서 꺼줬다. 지금 개념으로는 민간 방재업체와 보험사를 결합한 퓨전형 수익모델이다. 불탄 건물을 헐값에 사들여 재건축한 뒤 세를 놓았다. 요즘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의 원형이다.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크라수스의 두상. 소부(小富)는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대부(大富)는 하늘이 낸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1% 부의 비밀』은 고대 로마부터 실리콘밸리까지 크라수스와 같은 수퍼리치의 비결을 해부했다. [사진 루브르박물관]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크라수스의 두상. 소부(小富)는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대부(大富)는 하늘이 낸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1% 부의 비밀』은 고대 로마부터 실리콘밸리까지 크라수스와 같은 수퍼리치의 비결을 해부했다. [사진 루브르박물관]

고리대금업에 은광, 대규모 농장도 운영했는데 이런 사업장에서 노예들을 교사·집사·요리사 등 전문직으로 길러 비싼 값에 팔았다. 요즘으로 치면 각각 금융업, 자원개발, 친환경 비즈니스, 인력교육 벤처산업을 벌인 셈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업들이다.
 
크라수스가 이토록 돈 모으기에 집착한 이유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재력으로 정치권력을 사 카이사르, 폼페이우스와 함께 로마를 나눠 통치하는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끌었다. 하지만 스스로 영웅임을 증명하려고 지금의 이란인 파르티아로 원정을 떠났다가 로마 군단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현대 개념으로 보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셈이다.
 
저자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한적한 중세 도시 레겐스부르크에서도 돈 냄새를 맡는다. 삶아 먹는 소시지인 레겐스부르거의 발상지로 유명하지만 이 도시는 1663~1806년 신성로마제국 시절 제국 의회의 개최 도시였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부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투른 탁시스’ 가문의 근거지였다. 이 가문은 15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우편 사업을 벌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계약을 맺고 독점 서비스를 했다. 우편사업은 강도와 산적을 뚫고, 세금을 뜯는 수많은 영주의 땅을 거쳐야 했던 ‘고위험 고수익’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혁신의 DNA를 입혔다. ‘몽골식’ 역참 체계를 마련해 배달 효율을 높이고 정부에 한정됐던 서비스를 일반 대중으로 확대했다. 우편물을 정확하게 배달한다는 ‘신뢰감’를 심어줬다. 막대한 사업 확장 이익을 독점하지 않고 황제 및 군주들과 나눠 가졌다. 심지어 신성로마제국이 1804년 사라지자 새로운 유럽의 지배자인 나폴레옹과 담판을 지어 독점사업권을 프랑스로까지 확대했다. 19세기 판 ‘거래의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수퍼리치’가 되는 비밀을 7가지로 정리했다. ‘최고가 아닌 유일한 존재가 되라’, ‘규모의 비밀을 달성하라’ 등인데 ‘사업하기 최악의 장소에 주목하라’도 있다. 소련이 무너지고 91~96년 민영화가 진행돼 러시아 경제가 반 토막 난 최악의 상황에서 돈을 그러모은 올리가르히의 교훈이다.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은 없으며 단지 이용하고 못 하고의 차이일 뿐이라는 지은이의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수퍼리치들의 특징도 요약했다. ‘▶수학을 좋아했고 ▶돈을 사랑해 돈을 벌겠다는 열망을 어렸을 때부터 보였으며 ▶초기 사업 파트너를 쫓아낸 다음 사업을 독차지했고 ▶냉혹했다’는 4가지다.
 
책에 소개한 돈 버는 비법들이 수퍼리치들이 한 번쯤 사용했던 전략일 뿐이라며 일반화를 경계하지만, 따라 하려는 도전자를 굳이 말리겠다는 뜻도 아닌 듯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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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