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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 잘 모르는 인디언 부족의 비극

책 속으로 
플라워 문

플라워 문

플라워 문
데이비드 그랜 지음
김승욱 옮김, 프시케의숲
 
‘미국의 원죄’. 논픽션 『플라워 문』의 저자는 인디언 수난사를 이렇게 표현한다. 『플라워 문』의 배경인 오세이지 부족도 백인들의 핍박의 희생자였다. 1870년대 자신들이 살던 캔자스에서 쫓겨나 오클라호마로 이주했다. 이번에는 아예 백인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쓸모없는 땅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바위투성이 땅이 미국 최대 석유 매장지였다. 돈벼락을 맞았다. 석유 회사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오세이지 부족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이 됐다. 백인들은 오세이지 사람들이 운전기사에 하인을 두고 사는 꼴을 좌시하지 않았다.
 
1921~1923년 24명이 살해됐다. 독극물·총기·다이너마이트, 달리는 기차에서 밀어서 죽이기 등 다양한 살인 수단이 동원됐다. 연쇄 살인 뒤에는 인디언들의 부를 뺏으려는 기기묘묘한 음모가 숨어 있었다.
 
수사는 지지부진. 급기야 미국 연방수사국(FBI, 1935년 창설)의 전신인 수사국(1908년 창설)이 1925년 이 사건에 개입했다. 1924년 29세 나이로 수사국장이 된 야심가 존 에드거 후버(1895~1972)는 이 사건을 자신의 리더십으로 수사국이 달라졌다고 선전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왼쪽부터 리타·애나·몰리·미니. 몰리를 제외한 자매들은 재산을 노리는 백인들에게 살해됐다. [사진 프시케의숲]

왼쪽부터 리타·애나·몰리·미니. 몰리를 제외한 자매들은 재산을 노리는 백인들에게 살해됐다. [사진 프시케의숲]

오세이지 인디언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killing moon)’이라 부른다. 저자 데이비드 그랜을 6일에 전화로 인터뷰했다. 책의 성공 비결을 묻자 저자는 이번 책이 “미국 역사의 축소판(microcosm)”이라며 “미국인들의 의식에서 삭제된 ‘악의 역사’를 복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플라워 문』은 뉴욕타임스·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마존이 지난해 판매한 책 중에서 50위였다. 영화화 판권이 500만 달러에 팔렸다. 내년 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으로 크랭크인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독자가 이 책에 눈길을 줄 이유가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려면 미국 역사를 알아야 한다. 미국인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 책은 미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국가를 초월한 보편성도 담겼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나온다. 한글판 출간은 내게 큰 영광이다. 한국 독자는 미국 독자가 못 보는 것을 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국 독자의 코멘트는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이비드 그랜

데이비드 그랜

당사자인 오세이지 인디언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5년 동안 책을 준비한 저자 그랜은 “오세이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이 책을 쓸 수 없었다”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그들과 친구가 됐다. 다음 주에도 그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이 내게 입을 연 것은 그들이 아주 잘 아는 역사를 일반 미국인은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는 심판·청산·화해를 피할 수 없다. 역사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 어제의 역사는 어제 끝난 게 아니라 오늘에도 펼쳐진다. 출간 기념 이벤트에 모인 청중 중에는 100여년 전 연쇄 살인의 희생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후손도 있었다. 조상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한 살인자의 후손과 희생자가 대화를 나누고 포옹했다.”
 
이 책에 나오는 100여년 전 미국은 선진국이 아니라 ‘부패한 후진국’이었다. 어떻게 미국은 세계의 롤모델이 된 것일까. 저자의 생각은 이랬다. “책의 주제 중 하나는 ‘제도라는 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모른다’이다. 사람들은 오늘의 경찰이나 사법 제도, 민주주의적 제도 등 그들이 누리는 제도를 당연시한다. 하지만 제도는 일보 전진, 일보 후퇴하며 발전했다. 제도는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제도를 유지하려면 계속 싸워야 한다.”
 
연방수사국(FBI)은 오세이지족 연쇄 살인 수사를 FBI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수사로 평가한다. FBI 초대 국장인 에드거 후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랬다. “후버는 매우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직의 천재였다. 전문가 채용, 과학 수사 도입 등으로 FBI를 근대화시켰다. 하지만 피해망상·과대망상 증세가 있었던 그는 권력을 남용했다. 이 책은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의 뿌리가 1920년대에 이미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세이지족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저자는 지금 사정을 이렇게 전했다. “석유는 거의 고갈됐다. 하지만 7곳 카지노 운영 등 오세이지 부족은 새로운 생존 수단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체 헌법으로 정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오세이지족 변호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범죄의 희생자였다. 하지만 우리는 희생자처럼 살지 않는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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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