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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끄고 ‘숨 쉬는 방’ 찾은 꾸러기들 차분해졌다

[SPECIAL REPORT] 배영대의 명상만리 - 학교로 들어간 명상
마음챙김 명상이 교실과 만나고 있다. 영미권 학교에서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영리 명상교육 단체 ‘마인드풀 스쿨스’의 교육 장면. [사진 Mindful Schools]

마음챙김 명상이 교실과 만나고 있다. 영미권 학교에서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영리 명상교육 단체 ‘마인드풀 스쿨스’의 교육 장면. [사진 Mindful Schools]

스트레스가 성인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많이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으로까지 지목된다.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가족과 학교, 또래 집단 등 인간관계에서 아이들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과도한 경쟁, 부모의 압박, 친구와의 갈등, 학교 폭력, 따돌림(왕따) 등이 아이들의 정서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디지털 시대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의 부작용이 더해진다. 곳곳에서 분노 조절 장애를 보이는 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손만 갖다 대면 즉각 화면이 바뀌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은 오프라인 세상의 느린 속도에 짜증과 화를 내기 쉽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자기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푸른 하늘을 잠시라도 호흡하게 할 수는 없을까.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명상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의학·심리학·뇌과학계에서 그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 박사가 1979년 만들어 90년대 이후 활성화된 MBSR이 대표적 명상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MBSR은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직역하면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라는 뜻인데, 대개 ‘마음챙김 명상’으로 번역된다. 동양의 전통 종교에 원류를 둔 MBSR은 이제 원류를 제치고 21세기 현대 명상의 대명사처럼 통하고 있다. MBSR을 응용한 아동용·청소년용 버전의 ‘학교 명상’이 이미 영미권 교육 커리큘럼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0만 명 넘게 명상 교육=올해 1월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학교 명상’이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부각되며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볼티모어·메릴랜드의 학교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벌을 줄 때 일종의 ‘명상 공간(Mindful Moment Room)’을 활용하고 있다. 명상 룸에 들어간 학생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1년 전부터 실시했다고 하는데, 문제 학생만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집중력 기르기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마리나(Marina) 중학교에는 ‘숨 쉬는 방(Room To Breathe)’이란 특별한 공간이 있다. ‘숨 쉬는 방’은 이 학교에서 실시되는 명상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하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이 이 방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도 2012년에 제작됐다. 다큐 제작자 러셀 롱은 명상 교육을 도입하기 이전의 혼란스러운 교실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끊임없이 사소한 일로 다투고, 시끄럽게 떠들며, 물건을 집어던지고, 수업 중에 걸어 다니는가 하면, 심지어 교실을 나가는 아이도 나온다. 이 같은 장면이 미국의 학급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의 교실과 학생들의 실상과도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다큐에는 ‘마인드풀 스쿨스(Mindful Schools)’ 출신의 명상 전문가 메간 코원(Megan Cowan)이라는 여성이 등장해 학생들의 감정 교육을 이끌어 간다. ‘마인드풀 스쿨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비영리 명상교육단체다. 메간 코원은 2007년 설립된 이 ‘마인드풀 스쿨스’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마음챙김 명상은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을 위한 과학”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현재 미국과 유럽의 학교 명상을 이끌어 가고 있다.  
 
‘마인드풀 스쿨스’는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고 지금까지 2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대개 6주에서 8주간의 온라인 코스로 진행된다. 커리큘럼은 ‘마음챙김 명상 기초’ ‘마인드풀 교육자 필수과목’ ‘마음챙김 소통’ ‘다루기 어려운 감정들’ ‘마음챙김 교사 인증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권의 뒷받침도 있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하원의원 팀 라이언(Tim Ryan)이 대표적이다. 그는 마음챙김 명상을 학교 교육과 주민들의 건강관리 시스템에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선거를 치르며 스트레스를 받아 지칠 대로 지친 라이언이 2008년 카밧진 박사가 이끄는 마음챙김 명상캠프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두 개씩 가지고 다니던 휴대전화를 잠시 끄고 명상의 효과를 체험한 라이언은 2012년 『A Mindful Nation』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그의 지역구에 위치한 학교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가르치기 위해 100만 달러의 연방정부 보조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호주의 ‘스마일링 마인드’가 이끄는 ‘학교 명상’의 한 장면. [사진 Smiling Mind 홈페이지]

호주의 ‘스마일링 마인드’가 이끄는 ‘학교 명상’의 한 장면. [사진 Smiling Mind 홈페이지]

◆학교 명상 필요한 이유=한국에서 ‘학교 명상’은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몇몇 뜻있는 교사들에 의해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국내 처음으로 명상 앱 ‘마보’를 개발한 유정은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톡 후원으로 ‘어린이 명상’을 위한 플랫폼을 만든 바 있다. ‘마보’ 안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명상’ 코너를 포함시켰다. 카카오톡 ‘같이가치’ 플랫폼에서도 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미국의 ‘마인드풀 스쿨스’처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구나 플랫폼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마인드풀 스쿨스’를 벤치마킹한 유 대표는 “스마트폰 시대에 ‘학교 명상’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는 터치 화면에 익숙합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은 즉각 즉각 바뀌지 않으면 짜증과 화를 내곤 하지요. 명상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기의 분노나 감정을 조절하는 정서 지능을 발달시키고, 집중력을 키워 가면서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의 사이버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 대표는 특히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학교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시행하는 것은 교사들을 통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미권 학교 명상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배경에는 교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교사 직업 자체가 정서 소진이 일어나기 쉬운 직종인데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 먼저 명상의 효과를 체험해 보면서 그 필요성을 깨닫고 ‘왜 아이들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미국의 MBSR을 국내에 소개해 온 장현갑(영남대 심리학 명예교수) 한국명상학회 명예회장은 “명상 훈련이 꼭 필요한 곳이 학교다. 지적 교육 못지않게 감정 교육으로서의 명상 훈련으로 힘을 길러 줘야 한다”며 “1등 이외에는 다 희생되는 경쟁적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 제각기 가진 능력을 찾아 길러 주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감정 교육에 명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Mindful Schools 홈페이지]

학생들의 감정 교육에 명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Mindful Schools 홈페이지]

◆영국서도 이미 확산 중인 학교 명상=미국에 ‘마인드풀 스쿨스’가 있다면 영국에는 ‘학교 명상 프로젝트(MiSP:Mindfulness in School Project)’가 있다. 200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미국의 ‘마인드풀 스쿨스’와 마찬가지로 명상 교사 양성에 주력한다.
 
‘MiSP’의 공동 창립자 리처드 버넷(Richard Burnett)은 영국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커리큘럼에 처음 도입한 톤브리지(Tonbridge) 학교의 교사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테드 강연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교실에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1000개 이상의 학교가 ‘MiSP’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4500명 이상의 교사와 교육자가 훈련을 받았으며, 4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MiSP’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앞으로 5년 안에 1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교육한다는 계획도 잡아 놓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마인드풀 스쿨스’나 영국의 ‘MiSP’를 예로 들었지만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그런 것이지 이외에도 수많은 비영리 명상교육 단체들이 있다. 뉴욕에 있는 ‘Still Quiet Place’, 호주에서 활동하는 ‘Smiling Mind’ 등도 비교적 알려진 학교 명상 플랫폼이다. 미국에서는 학교 명상이 개별 주나 학교별로 실시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학교의 교과 과정에 명상을 넣자는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서 ‘학교 명상’은 더욱더 활발하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은 왜 학교 교육에 명상이 필요하고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일까. 그 배경과 이유를 우리나라의 교육 관계자들도 곰곰이 되새겨봤으면 한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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