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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마라, 누군가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린다!”

"Apple prices may increase because of the massive Tariffs we may be imposing on China - but there is an easy solution where there would be ZERO tax, and indeed a tax incentive. Make your products in the United States instead of China. Start building new plants now. Exciting! "
 
트럼프의 9월 8일 트윗이다. '무역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아이폰 값이 오를 것'이라는 애플의 주장에 트럼프의 답은 간단했다.  
그럼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라!
미국으로 오면 관세 걱정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친절하게도 설명을 덧붙였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공장 옮기기가 그리 쉽나? 아이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줄줄이 사탕'처럼 길게 묶인 글로벌 밸류 체인(GVC)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수 백만개의 일자리를 재조정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Trump's focus is shifting the supply chains out of China"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기간과 백악관 초기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스티브 배논(Steve Bannon)이 한 말이다.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국을 몰아내는 게 이번 트럼프 무역전쟁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핵심을 찔렀다. 트럼프는 "중국에서는 생산하지도 말고, 중국 기업과는 기술 협력도 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다. 애플이 그 함정에 빠졌다. 아직 아이폰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애플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플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아래 표를 보면 금방 나온다(듀크 글로벌 센터와 산업연구원이 함께 만든 'Korea and the Electronics GVC'라는 보고서에서 따왔다).  
 
 [출처 Korea and the Electronics Global Value Chain, Stacey Frederick and Joonkoo Lee]

[출처 Korea and the Electronics Global Value Chain, Stacey Frederick and Joonkoo Lee]

애플의 스마트폰(아이폰)과 PC가 생산되기까지의 밸류체인을 보여준다. 각 단계별로 어떤 회사가 참여하는 지 대략 드러난다. 재미있는 건 아이폰 완제품은 모두 대만 기업인 폭스콘이 생산한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에서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애플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아이폰의 최대 경쟁상품은 삼성 갤럭시다. 갤럭시의 글로벌 생산 거점은 흩어져 있다.
 
[출처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출처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위의 표에서 보듯, 지금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폰 생산 지역은 중국이 아닌 베트남이다. 베트남에는 2곳 공장에서 연 2억4000만대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1억 대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그마나 연간 3600만대를 생산해왔던 텐진공장은 곧 문을 닫는다.  
 
당연하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0%대에 머물러 있다. 갤럭시가 특별히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중국 로컬 폰의 추격이 빨랐고, 노트7 발화 때 이미지가 추락한 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1억대 생산 캐파는 중국 시장점유율이 20%대에 달했을 때의 얘기다. 높아져가는 인건비, 시장 축소, 게다가 '사드'라는 정치 리스크까지, 삼성은 더이상 중국에 공장을 둘 이유가 없다.  
 
행(幸)인지, 불행인지 어쨌든 트럼프가 "중국에서 나오라"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의 GVC에서 중국은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사례는 이번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반드시 위기 요인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삼성폰은 이번 무역전쟁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트럼프가 GVC에서 중국을 몰아낸다면, 분명 기존 공급 사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내 경쟁회사에, 내 경쟁 상품에 그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내겐 호재가 될 수 있다.  
결국 GVC다.
지금부터 모든 기업들이 할 일은 내 제품, 그리고 경쟁사 제품의 밸류 체인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어떻게 바뀔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내 제품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아니면 경쟁사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걸 찾아내고, 대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무역전쟁은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으로서는 적당히 타협하고 우아하게 퇴각하고 싶지만, 트럼프가 버티고 있으니 방법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다.  
 
시진핑의 선택은 뭘까?  
 
그가 최근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의 한 장비 제조업 회사를 방문했다. 거기서 한 말은 이랬다.  
国际上,先进技术、关键技术越来越难以获得,单边主义、贸易保护主义上升,逼着我们走自力更生的道路,这不是坏事,中国最终还是要靠自己.
"국제적으로 볼 때 선진기술, 관건 기술은 더욱 더 얻기 힘들어졌다. 고조되고 있는 일방주의, 무역보호주의가 우리를 '자력갱생'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이건 나쁜 일이 아니다. 중국은 결국 자립으로 가야한다."
 
자력갱생(自力更生). 마오쩌둥 시기 정치 슬로건이 다시 등장했다. 트럼프의 GVC 퇴출 압력에 시진핑은 '내 스스로 살아가겠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무슨 얘기일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의 자력갱생을 말함이고, 또다른 하나는 시장의 자력갱생이다. 일단 오늘은 기술의 자력갱생을 보자(시장의 자력갱생은 다음 편에).
 
 시진핑 주석이 지난 달 26일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에 있는 장비제조업체인 이중(一重)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뒤에 류허 부총리가 보인다. [출처 신화스뎬(新華視点)]

시진핑 주석이 지난 달 26일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에 있는 장비제조업체인 이중(一重)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뒤에 류허 부총리가 보인다. [출처 신화스뎬(新華視点)]

자, 이 대목에서 중국 내부를 봐야 한다. 중국은 전쟁이 벌어지기 한참 이전부터 각 생산 단계를 중국 내에서 모두 가능케 하는 'Full-set' 공업구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외국 기술을 끌어들이고, 때론 훔치고, 그 기술을 흡수하고, 자국 기술로 재창출하는 과정을 밟아왔다. 컴퓨터, TV 등 어지간한 기술 제품은 이제 대륙에서 일괄 생산된다. 그래서 대만에서 나온 말이 바로 홍색공급망이다.
홍색공급망 Red Supply Chain
중국 내 서플라이 체인은 강력했다. 그 공급 체인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은 14억 중국 소비시장으로 뿌려졌고, 일부는 해외로 수출됐다. 그 망을 타야 했기에 삼성은 시안(西安)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고, LG는 기술유출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저우(廣州)에 OLED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모델로는 그 네트워크에 낄 수 없기에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체인은 연결 고리가 강력해야 한다. 허술하면 다 끊긴다. 그런데 'GVC에서 중국을 내쫓겠다'는 트럼프의 공격으로 체인의 고리가 풀릴 수 있는 요인이 생겼다. GVC도 그렇고, 홍색공급망도 그렇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과의 기술협력 고리(GVC)가 끊어질 경우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트럼프의 공세로 홍색공급망에 구멍이 생기면 누군가 채워야 한다.  

혹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섣불리 '그렇다'라고 답할 수는 없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우리의 대중 수출에도 분명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로 인해 중국 내수 시장이 위축된다면 수출은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상황은 아니다. 아이폰이 타격을 받으면 갤럭시가 어부지리를 얻어낼 수 있다. 중국의 퇴출로 생긴 홍색공급망의 구멍을 우리가 채울 수도 있다. 이번 무역전쟁이 오히려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한국-중국의 경제협력 구조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핵심은 서플라이 체인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GVC나 홍생공급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를 면밀히 연구하고, 대응해야 한다. 기존의 생산 네트워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체인 고리가 느슨해졌거나, 구멍이 생겼다면 내가 뛰어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 관찰하고, 더 연구해야 할 일이다.  
 
역대 모든 전쟁이 그랬듯, 이번 무역전쟁 역시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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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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