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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때려죽인 남성 집행유예→실형 받게 된 이유는?…재판부 쓴소리 들어봤더니

서울고등법원이 11일 데이트폭력 혐의(상해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1심에선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었다.
 
A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여자친구 B씨에게 다른 남성과의 교제 여부를 다그치던 중 격분해 B씨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10회 이상 때려 기절하게 했다. B씨는 그로부터 약 열흘 뒤 뇌출혈에 의한 뇌간마비로 사망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1심 재판을 맡았던 의정부지법은 A씨에 대해 ▶피해자의 유가족이 A씨의 처벌을 원치않는 점 ▶우발적 범죄인 점 ▶범행 이후 119에 스스로 신고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집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유가족과 A씨가 합의한 점이 집행유예에 결정적인 이유였다.
 
A씨와 합의한 유가족은 피해자의 직계가족이 아닌 전 남편이었다. 피해자 B씨는 부모가 없었고,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서 얻은 두 아들이 유일한 직계 가족이었다. 하지만 두 아들이 모두 미성년자여서 합의를 결정할 자격이 없었다. 결국 전 남편이 합의금 6000만 원을 받고 이씨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썼다. 피해자의 언니와 남동생도 각 1500만원을 받았다.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일까. 2심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죽은 자를 두고 산 자들이 한 합의가 비참하게 죽은 망자의 원통함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피해자의 둘째 아들은 초등학생, 큰 아들은 고등학생으로 큰 충격을 받아 상당 기간 치유해야 하는 상태이며, 평생 큰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A씨가 이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죽은 사람의 원통함에 대해 피고인이 상당한 속죄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그런 시간을 거칠 때에만 피고인도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망자를 위로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A씨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파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가 살인죄 형량을 줄여주는 요건이 될 수 있는지 논란이 돼왔다. 이창현 한국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족과의 합의’를 감경 요소로 볼 것인지는 결국 판사 재량”이라며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경우라도 유가족과 합의를 하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만큼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남발하는 관행이 있는 것은 사실”라고 말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강력범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어렵도록 독일처럼 감경 요인의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심 선고에 대해 불복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고검 공판부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2심 판단이 뒤집혀 실형이 나온 건으로 검찰에서는 형량이 부당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가 2심에 대한 불복 신청을 하지 않으면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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