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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최고책임자는 왜 6개월만에 사임했나

 
지난달 30일 한 주간지의 보도로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우익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야스쿠니(靖国) 신사의 수석 궁사(宮司·신사의 일을 맡아보는 책임자)가 아키히토(昭仁) 일왕을 비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간 포스트’ 최신호가 보도한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20일. 
3개월 전 야스쿠니 신사에 제12대 수석 궁사로 취임한 코호리 쿠니오(小堀邦夫 68)가 주재한 내부 회의에서였다. 코호리 궁사는 야스쿠니 신사 건립 150주년을 맞아 직접 ‘교학연구위원회’를 만들어, 앞으로 신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하자며 직원 10명을 불러모았다고 한다.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정치인들이 참배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정치인들이 참배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코호리 궁사는 아키히토 일왕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위령(慰靈)여행을 다니는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열심히 위령 여행을 하면 할수록 야스쿠니 신사는 멀어져 간다. 어디를 위령의 여행으로 방문하든, 거기에 혼은 없지 않나. 유골은 있더라도. …(중략)… 확실히 말하면, 지금 일왕은 야스쿠니 신사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일왕은 신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일반인들은 일왕을 직접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왕실을 비난하는 발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5월 즉위하는 나루히토(徳仁) 왕세자 부부에게로 계속됐다.
 
“만약에 재위 중에 한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으면, 지금 왕세자가 즉위해서 참배를 하겠나. 새로운 왕후 (마사코 왕세자비)는 신사, 신도(神道)를 엄청 싫어한다.”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가득메운 참배객들. 윤설영 특파원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가득메운 참배객들. 윤설영 특파원

 
실제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 후 한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없다. 대신에 사이판, 대만, 태국 등을 방문하며 일본인 병사 위령비와 함께 상대국의 위령비를 참배해왔다.  

 
또 종전기념일(8월15일)에는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하는 등 전쟁에 대한 반성을 수차례 반복해 우익들로부터 미움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우익의 상징이기도 한 야스쿠니 신사의 최고 책임자가 아키히토 일왕을 비난하는 발언이 공개된 것이다.

 
코호리 궁사는 또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 중 한번이라도 신사를 찾아달라며, 궁내청(왕실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청원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교섭을 벌여왔다고 이 주간지는 보도했다.

 
아키히토 일왕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전몰자 추도식이 도쿄의 부도칸에서 열렸다. 추도사를 읽기위해 등단하는 아베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전몰자 추도식이 도쿄의 부도칸에서 열렸다. 추도사를 읽기위해 등단하는 아베 총리.[로이터=연합뉴스]

 
보도의 파문이 커지자, 코호리 궁사는 보도가 나온지 열흘만인 지난 11일 사퇴를 결정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11일 성명을 내고 “코호리 궁사가 회의 중 매우 부적절한 언사를 구사한 것이 유출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코호리 궁사도 직접 궁내청을 찾아 발언을 사죄하고 사임할 의사를 밝혔다.

 
야스쿠니신사에선 지난 2월 당시 도쿠가와 야스히사(德川康久) 궁사가 메이지유신과 관련한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사임한 바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전쟁에서 숨진 약 246만6000명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다. 이곳에는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의 판결에 따라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되어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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