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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하나은행, '최고위험' 상품 '중위험'으로 속여 팔았나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뉴스1]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뉴스1]

KEB하나은행이 8000억원 넘게 판매한 ‘최고위험’ 금융상품 중 일부를 ‘중위험’으로 속여 고객에게 팔았다는 의혹이 12일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KEB하나은행은 일부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투자 위험성을 실제보다 낮게 알린 정황이 드러났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_양매도 ETN(상장지수증권)’이라는 금융상품을 판매했다. 일정 범위 안에서 코스피(KOSPI) 200 지수가 횡보할 경우에는 수익을 내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 지수가 폭등ㆍ폭락할 경우에는 손실을 보는 파생 상품이다.
 
KEB하나은행은 이 상품의 투자위험등급을 ‘최고위험’으로 분류했다. 5단계의 투자위험등급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단계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이 참고하도록 만든 자료에는 이 상품은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이라고 표시됐다는 게 의원실의 지적이다. ‘중위험’은 ‘최고위험’보다 두 단계 낮은 위험도다. 은행이 판단한 위험도와 고객 대응에 사용하는 위험도가 다른 셈이다.
 
최운열 의원실에 따르면, 주부 손모(35)씨도 지난달 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KEB하나은행의 한 서울 지점을 방문했다가 은행 측의 잘못된 설명을 경험했다. 손씨는 “직원이 내부 자료를 보여주며 구두로는 ‘중위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가입하려고 하자 직원이 최종적으로 8장의 서류를 줬는데 5번째 장에 ‘최고위험’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의 구조도 어렵고 위험도에 대해서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KEB하나은행이 '양매도 ETN'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에게 제공한 자료. 상품에 대해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이라고 설명돼 있다. 손씨가 KEB하나은행에 방문했을 때 직원은 이 자료를 보여주며 '중위험'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최운열 의원실]

KEB하나은행이 '양매도 ETN'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에게 제공한 자료. 상품에 대해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이라고 설명돼 있다. 손씨가 KEB하나은행에 방문했을 때 직원은 이 자료를 보여주며 '중위험'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최운열 의원실]

 
금융감독원은 KEB하나은행의 판매 행태에 대해 “투자자에게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으로 설명된 자료를 제공했다면, 투자자는 낮은 위험 수준의 투자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중 설명의무 위반 또는 부당권유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최 의원실에 설명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8283억 원어치가 팔렸다. 이 중 일부가 손씨 사례처럼 ‘불완전 판매’(투자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는 판매)됐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이 금융상품이 고연령층에 많이 판매됐다는 점도 불완전 판매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체 판매 액수 중 73%가 50대 이상에게 판매됐고, 20%는 70대 이상 노인에게 팔렸다. KEB하나은행이 이 상품 판매로 얻은 수수료 수익은 지난 7월까지 69억원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공식적인 지적이 있으면 검사(조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8~9월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시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검사를 했지만, 당시엔 국민ㆍ신한ㆍ기업ㆍ농협은행만 해 KEB하나은행은 적발되지 않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최 의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고민하는 국민에게 최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금융투자상품을 금융회사와 언론이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고 소개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따른 불완전 판매가 없도록 금융기관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금감원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ETN 상품을 언론이나 연구기관이 ‘중위험ㆍ중수익’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며 “금융기관 내부적으로 분류하는 ‘최고위험’ 개념과는 다른 차원이어서 고객에게는 분명히 ‘최고위험’이라고 적힌 자료를 최종적으로 제시했다”고 해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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