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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송유관공사 민영화했는데 '공사'명칭, 고양 화재 책임은 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소방청 관계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소방청 관계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부냐 민간 정유회사냐.'
 
고양 저유소 화재에 대한 책임 공방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연히 떨어진 풍등 하나에 국가 중요 시설 하나가 통째로 불에 탄 데 대한 안전 관리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송유관공사, 2001년 민영화 이후 명칭은 'DOPCO'" 
우선 대한송유관공사의 지배구조 상 이 회사의 관리 책임이 어디에 있는 지가 모호한 점이 관건이다. 회사 명칭엔 '공사'로 표기돼 있어 정부가 관리 책임자인 듯하지만, 실제 주주는 민간 자본이다.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지분율 9.76%)등 정부 지분이 남아 있지만, SK이노베이션(41%)·GS칼텍스(28.6%)·에쓰오일(8.9%)·현대중공업(6.4%)·대한항공(3.1%)·한화토탈(2.3%) 등 민간 기업들로도 지분이 분산돼 있다. 1990년 정부가 공익 목적으로 송유관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공기업으로 출발했으나, 2001년 민영화되면서 민간 소유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민영화 이후에는 'DOPCO'라는 새로운 사명도 만들었지만,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여전히 거래하는 곳들이 '대한송유관공사'에 익숙하다 보니 두 이름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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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대주주지만 이사회 장악 못 해…정부·민간 공동 관리"
민간 자본이 소유한 상황에서 대한송유관공사의 지분율과 이사회 구성만 보면 SK이노베이션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는 있다. 총 14명의 이사회 멤버 중 5명이 SK 측 사내·사외이사이고, 2001년 민영화 이후 선임된 6명의 최고경영자(CEO)도 모두 SK 출신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역시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진 못하고 있다. 모든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지배력은 갖추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이 회사를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분류한다. 안전 관리 소홀 책임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있다고 본다면, 지분율에 따라 SK 측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순 있다. 하지만, 지분을 보유한 정부와 민간 회사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형태를 띠다 보니 SK에만 모든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실제 기업 운영은 주주사 지분율과는 상관없이 이뤄진다. 회사 정관상 어느 한 주주사가 회사 운영을 독점하지 않고, 정부·주주사·회사 등 이해당사자가 함께 관리하는 협의체를 두고 있다. 대주주라고 해서 회사 운영에 더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대한송유관공사의 운영은 회사 1인, 각 주주사마다 1인, 정부 1인 등이 참여하는 송유관운영협의회에서 결정한다"며 "한 기업이 송유관 인프라를 틀어쥘 경우, 경쟁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는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왼쪽)이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왼쪽)이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공개하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강도 인화 물질 취급 규제 실마리 될라" 중소기업들 노심초사 
한편, 산업계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인화 물질을 취급하는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규제가 생기는 쪽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기업들은 규제가 생기더라도 비용을 들여 안전시설을 보강하면 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에 재무 상황이 나빠지는 곳들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 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학물질 관리 규정이 강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접든지, 편법으로 사업을 계속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새로운 규제 강화 흐름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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