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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증시 ‘검은 목요일’ … 코스피 4% 하락

미국 증시가 3% 이상 폭락한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증시 상황판을 보고 있다. 11일 코스피도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에 장을 마쳤다. [AP=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3% 이상 폭락한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증시 상황판을 보고 있다. 11일 코스피도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에 장을 마쳤다. [AP=연합뉴스]

미국발(發) ‘검은 수요일’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검은 목요일’의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전문가들은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갔던 미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꺾일 경우 한국 금융시장의 조정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98.94포인트(4.44%) 하락하면서 2129.67로 내려앉았다. 이날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65조436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락 폭도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던 2011년 9월 23일(103.11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역대 여섯 번째로 큰 폭의 하락이었다. 코스닥지수도 40.12포인트(5.37%) 내려가면서 707.38로 마감해 700선 붕괴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5.22%), 일본 닛케이225지수(-3.89%), 대만 가권지수(-6.31%) 등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도 일제히 급락했다. 가권지수는 2008년 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급락한 것이 아시아 증시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원인이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3.15%, 나스닥 종합지수는 4.08%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역시 3.29%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과도한 자신감’이 결국 증시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증시에 불안감이 커진 상황인데도 지난 3일 “중립금리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매파적(긴축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3.2%까지 넘어서면서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것이 증시 급락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제대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0일 “Fed는 너무 긴축적이다. Fed가 미쳤다(gone crazy)고 본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나홀로 잘 나가던 미국 증시도 제동 … “한국 증시 겨울 시작”

 
미국 ‘검은 수요일’ 이어 아시아 ‘검은 목요일’

미국 ‘검은 수요일’ 이어 아시아 ‘검은 목요일’

여기에 그동안 미국 증시를 견인했던 정보기술(IT)주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까지 겹치며 증시는 급락했다. 미국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등 아시아 시장도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우려스러운 건 그중에서도 한국 시장의 하락세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이날 하락률만 보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선방한 것 같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스피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도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각각 2014년 5월과 2016년 1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던지기’가 이어지면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도 이날 하루에만 10.4원 떨어지면서 1144.4원으로 주저앉았다.
 
외풍에 유독 취약한 한국 증시의 한계가 또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외부 요인만으로 주가가 2000선에서 900선으로 반 토막 난 전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수요·공급 구조가 깨져 외국인의 ‘매도 폭탄’을 당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관은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고, 개인은 투자 여력이 고갈돼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낼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추운 겨울’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 증시는 신흥국 위기 등으로 인해 뚜렷한 조정 기미를 보이지만 유독 미국만큼은 ‘독야청청’이었다. 세계 증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만일 이번 미국 증시 급락이 본격적인 하락장으로의 장세 전환을 의미한다면 세계 금융시장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증시의 겨울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본다면 이 같은 ‘금리 탠트럼(금리 상승 충격으로 인한 시장 발작)’은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9년 동안 이어진 미국 증시 강세장이 본격적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만큼 국내 주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으로 인한 국내 경제 둔화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미국 Fed의 매파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국 증시 수준은 지난해 5월 이전의 박스권 밑으로 되돌아갔다”며 “당분간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조현숙·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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