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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찍었다, 일본 우익은 왜 위안부에 눈을 감는가

미키 데자키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미키 데자키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대다수 일본사람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좋은 일이 아니란 건 알지만, 더이상 사과는 필요 없다고 여깁니다. ‘위안소가 합법적이었고, 이미 사과했다’는 정부 말을 믿으니까요. 한국과 일본이 다시 화해하려면 역사에 관한 제대로 된 교육과 이해가 열쇠에요.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을 선보인 일본계 미국인 감독 미키 데자키(35)의 얘기다. 그의 첫 영화인 이 다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그 지지단체·학자들뿐 아니라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 자민당, 극우 여성단체 나데시코 액션, 친일파 미국인 토니 머라노 등의 심층 인터뷰를 실은 것이 눈에 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미키 데자키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戰場)’.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은 “일본 우익은 왜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 하는지 궁금해 조사해보니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가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며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발견하고자 30명가량을 인터뷰했다”고 했다. “처음엔 일본 우익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다른 학자·역사가들을 만나며 인도주의적 관점에 눈뜨게 됐다”면서 “선입견 없이 취재한다는 게 쉽지 않았고 편집도 힘들었지만, 단 몇 명의 관객이라도 제가 거쳤던 과정에 따라 생각이 바뀌길 바라며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키 데자키

미키 데자키

그가 위안부 문제를 주목하게 된 것은 그 자신이 국수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았던 일이 계기가 됐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로 인종차별을 마주하며 자랐다”면서 “2007년부터 5년간 교환 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일본에서 일하는 동안 재일한국인 등에 대한 차별을 보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일본 내에선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나 논의가 부족하다고 느껴 유튜브로 이런 얘기들을 했다가 뜻밖에 맹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본 내 인종차별(Racism in Japan)’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인해 일본 국수주의 세력에 개인 신상이 털리고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이후 1년간 태국에서 승려로 지내다 일본에 돌아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자신처럼 우익세력이 공격했던 이들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 사례가 위안부 증언을 처음 보도했던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였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아베 정권의 국수주의 프레임 배후에 일본회의(천황제 부활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촉구하는 최대 극우단체)와의 정치적 유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최전선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의 졸속 화해를 압박해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위안부가 20만 명이라는 한국 측 수치가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잘못된 수치는 일본 우익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려면 한국과 일본 모두 자국 위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부산영화제 허경 프로그래머는 이번 다큐에 대해 “제작 과정에서 일본 우익의 위협을 받으며 감독이 목숨 걸고 만든 작품”이라 귀띔했다. 데자키 감독은 “사회나 사람들에게 공헌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 의사를 준비하던 중 태국에 가서 승려로 지내며 명상을 공부하게 됐다”며 “죽음에 관한 명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은 삶의 길이와 무관하다는 걸 깨달았다. 목숨을 걸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영화를 보다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에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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