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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의 직격 인터뷰] “한·미 신뢰 회복하지 않으면 북핵 게임은 진다”

군사합의 너무 나갔다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 
평양선언의 부속서로 채택한 ‘9·19군사분야 합의서’를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찮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합의 내용에 대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남북관계 과속을 놓고 그간 잠복했던 한·미 차원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 김 전 장관은 “군사합의에 대한 비판이 이미 많이 제기됐으니 보완책 위주로 얘기하겠다”고 했지만, 인터뷰는 합의의 문제점과 한·미동맹의 신뢰 상실에 대한 우려로 초점이 모아졌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10일 ’북한이 우리의 엄연한 적이지만, 중국이라는 위협에 대해서도 더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의 한국전쟁기념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오종택 기자]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10일 ’북한이 우리의 엄연한 적이지만, 중국이라는 위협에 대해서도 더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의 한국전쟁기념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오종택 기자]

미국이 ‘남북철도 연결 연내 착공’과 군사분야 합의서에 불만을 강하게 제기했다고 한다.
“군사합의의 구체적 사항은 뒤로 빼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동맹인 미국과도, 우리 군 내부와도 전혀 협의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몇 명이 주도해 덜렁 합의했다는 점이다. 한·미가 조율해 대북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평화’를 얘기하는 남북한에 미국이 딴지 건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신뢰도 잃고, 받은 것 없이 왕창 줘버린 잘못된 협상이다. 반면 북한은 정교하게 준비해 다 챙기고 한·미 간 틈을 파고들면서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 간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이 게임은 실패한다.”
 
정부는 군사긴장 완화 차원이라고 한다.
“신뢰 구축을 먼저, 그다음 운용적 군비통제, 이후 실질 군축으로 가야 한다. 197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가 추진한 헬싱키협약 등 70년대 유럽의 군비 통제 노력은 20년 이상 지나도 실행이 어려웠다. 독일-프랑스 간 ‘영공 개방’(open sky·항공기로 상대방 지역 정찰)도 1992년에야 발효됐다. 자국 안보에 미칠 영향이 그 정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사 교류, 군 시설 개방 같은 신뢰 구축 조치 없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철수, DMZ 인근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운용적 군비통제 단계로 뛰어버렸다.”
 
김 전 장관은 “6·25 전쟁도, 전후 3000여건의 도발도 모두 북한이 했고 김정은은 고모부와 형을 포함해 300여명을 죽였는데 어떻게 말만으로 100% 신뢰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분단 기간 동독이 무력 도발하지 않았음에도 70년대 49만 5000명 병력을 통일 때까지 그대로 유지한 채 협상했다. 더욱이 북한이 핵무장을 한 상태에서 왜 먼저 줄이고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를 비교했다. “노 전 대통령도 반미 성향이었고, 군에 대해서도 ‘장군들이 계급장 달고 거들먹거린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그럼에도 현장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었다. 김희상 장군이 보수적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국방보좌관으로 쓰면서 한·미동맹 이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합참의장에 이상희 장군을 기용했는데, 윗사람에게 거침없이 고언하는 성격이었다. 북방한계선(NLL)공동어로구역 추진을 ‘절대 안 된다’고 막았다. 물론 그 일로 해임됐지만, 어쨌든 노 전 대통령은 현장 전문가들을 기용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단점은 비전문가 예스맨만 주로 쓴다는 점이다.”
 
서북 5도서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인천 앞바다를 내준 합의다. 평택의 2함대 사령부, 주한미군 기지까지 위협하는 길을 열어 준 셈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서북도서사령부를 편성한 것은 공군·해군이 주둔 해병대를 지원하기 위해서인데, 공군이 못 들어가게 됐다. 비행통제 합의도 우리 수도권은 DMZ에서 40~50㎞이지만, 북한은 평양까지 150㎞다. 비례 적용을 하지 않았다. 전방 지역에선 훈련하지 않기로 했는데, 후방은 훈련 공간이 없다. 미래전력 증강도 북한과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가도 너무 많이 갔다.”
 
한강 하구 공동 이용 등 합의가 해병대 병사들의 피로를 가중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 김 전 장관은 “민간 어선이 들어올 수도, 북한 군부대의 부업선(副業船)이 들어올 수도, 간첩이 위장해서 올 수도 있다.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니까 극도의 긴장 상태가 연속될 거다. 서해의 섬들이 지도에서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현장은 그게 아니다.”
 
북한에 대한 ‘성의’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지 않나.
“북한은 동족이니 화해하면 다 괜찮을 것이란 논리다. 지난 수십 년 역사는 어떻게 봐야 하나. 아직은 저쪽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으니 우리 대책을 세워놓고 하는 것이 안보의 기본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 않고 엉뚱한 짓을 할 땐 어떻게 하나. 북한을 떼놓고 봐도 우리에겐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위협이 있다. 군대를 이렇게 빨리 무력화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평화를 누리려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대비가 안 돼 있으면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
 
김 전 장관은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맨 앞쪽의 문구도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이 발발했을 때 승리하자’고 돼 있다. 확고한 대비 태세와 군사력, 훈련된 정예군은 전쟁을 막는 길”이라며 “남북평화만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고 하는 것은 의도된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대비 태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다. ‘안 쓰겠다’는 말을 믿고 그냥 있는 것은 국가가 아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군사 대비를 해야 한다. 3축체계(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킬체인, 대량응징보복)를 제대로 갖춰 핵이 날아올 때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4개국과 국경을 접한 이스라엘은 접경국 군사력을 합한 것의 두배의 힘을 갖고 있다. 우리도 자주국방 수준을 높이고 한·미연합사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을 ‘종속’ ‘자주성의 상실’이란 뉘앙스로 풀어가는 게 문제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상태이고, 남북 군사합의에도 못박았다.
“훈련 안 하는 군대는 주둔할 이유가 없다. 훈련을 계획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라도 하자고, 연합 방위 능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보자고 미 측에 먼저 제안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대위 정도 때 상위 10%의 인재를 일반참모(제너럴 스탭) 병과로 구성해 키우고, 이들 중 최고 인재를 나토에 보내 근무하게 한다. 우리도 연합사에 보내는 인력을 더 보강하는 게 맞다.”
 
국군의 날 70주년 행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시가행진을 하지 않은 것은 접어두더라도, 가수 싸이의 위문공연식으로 한 것은 정말 잘못됐다. 국군의 날은 국민들에게 군인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고 국민들의 상무정신도 키워주는 계기로 삼는 날이다.”
 
대북 ‘안보’보다 ‘화해 협력’을 얘기하면서 군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있다.
“국군의 임무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의 적이다. 실질적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북한은 엄연한 적이다. 독일의 경우 내전을 겪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통일 이전부터 주적을 러시아(소련)로 삼았다. 우리도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하고 그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김 전 장관은 “최근 군 일선의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듣는다”며 “눈을 치우는 것도 민간인이 하도록 했는데 사실 교육과 훈련에 매진하려면 그런 것을 줄이는 게 맞다. 그러기 위해선 부대를 모으고 시스템을 정비해서 정예 간부를 만들고 정신 무장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이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주한미군 철수다. 하나씩 쪼개며 받아내는 살라미 전술로 미군을 밀어내려 할 것이고, 여기에 중국·러시아가 공조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쉽게 한국을 떠나진 않겠지만, 문제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정부 안팎의 인사들이 ‘문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 뭐냐. 말과 행동 중에 뭐가 맞냐’고 물었지만 이젠 더 묻지 않는다. 나름의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북한은 유엔사에 영향이 없다고 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설치됐다. ‘북한의 불법적 무력공격을 격퇴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목적을 박아뒀다. 정치적 선언이라 하지만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사에 대한 안보리 결의는 의미는 없어진다. 1970년대 유엔사를 축소시킨 중국·러시아가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철수·해체를 압박할 것이다.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7개)가 어떻게 될지도 관건이다. 일본이 중국 위협 때문에 나가라는 소리는 안 할 걸로는 보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대통령은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참모와 내각의 행동은 반대다. 이번처럼 주한미군 운용과 유엔사에 영향을 미치는 합의를 독단적으로 한다거나, 한·미연합작전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성주 사드(THAAD) 기지의 시위대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그 예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군비를 약화시키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왜 우리가 여기에 있나’ 할 것이다. 1973년 베트남의 시위 사진을 보면 요즘 우리 반미 시위대의 모습과 구호가 그대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 다 겪고 6·25 때 유엔군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했음에도 역사를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김태영은 …
1949년생. 육사 29기. 제34대 합참의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제42대 국방장관을 지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이 이때 일어났다. 군인자녀교육진흥원 이사장,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수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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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