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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현주엽, 끝나지 않은 ‘마지막 승부’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취향 차이죠. 여성들이 좋아해 주는 걸 어떻게 해.”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
 
“와~, 이런 가진 자의 여유라니.” (현주엽 창원 LG 감독)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인기 절정을 달렸던 이상민(46) 삼성 감독과 현주엽(43) LG 감독이 티격태격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매력적인 외모에 ‘컴퓨터 가드’의 실력을 자랑하며 ‘영원한 오빠’로 불렸다. 소녀팬들이 남자 화장실까지 침입할 정도였다. 고려대 시절 슬램덩크로 백보드를 부쉈던 ‘매직 히포’ 현 감독은 여성팬보다 남성팬이 많았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두 사령탑과 함께 자리했다. 이 감독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현 감독도 여성팬에게 인기가 많았다”며 “난 91학번, 현 감독은 94학번으로 차이가 있는데, 내가 대학에 다닐 땐 우리(연세대)가 더 많이 이겼고, 내가 졸업한 뒤엔 현 감독의 고려대가 더 많이 이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1994년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 이상민(오른쪽)이 기아자동차 강동희를 앞에 두고 드라이브인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4년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 이상민(오른쪽)이 기아자동차 강동희를 앞에 두고 드라이브인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8년 고려대 현주엽(왼쪽)이 대학경기에서 연세대 서장훈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1998년 고려대 현주엽(왼쪽)이 대학경기에서 연세대 서장훈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두 사람은 13일 개막하는 2018~19시즌 프로농구에서 감독으로 맞대결한다. 2014~15시즌부터 삼성을 이끌어온 이 감독은 벌써 5년 차다. 취임 첫 시즌에 최하위였지만,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준우승)하는 등 지도자로서도 꽃을 피웠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1박 2일간 51끼를 먹어 ‘먹방의 신’으로 불린 현 감독은 지난 시즌 팀을 맡았다. 결과는 10개 팀 중 9위로 좀 실망스러웠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이 감독은 “감독에 막 데뷔하면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든다. 하지만 나도 첫 시즌에 실패했다. 경험을 쌓은 만큼 2년 차가 된 현 감독은 자신의 컬러를 보여줄 거다. LG 외국인 선수(NBA 피닉스 선스 출신 조쉬 그레이)가 잘한다는 소문도 있다”며 “LG는 4강 후보로 꼽히는 만큼, 오랜 염원인 첫 우승에 도전할 기회”라고 말했다.
 
현 감독은 “작년에 고생이 많았다. 시즌이 지날수록 좋은 성적을 내고 발전하는 (이)상민이 형한테 배워야 할 것 같다”며 “삼성은 내년 1월 전역선수(김준일·임동섭)가 돌아올 때까지 잘 버틴다면 6강, 4강 플레이오프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울산 현대모비스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귀화 선수라건아(라틀리프)와 베테랑 슈터 문태종을 영입해 전력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이 감독이 “(현 감독이) 우리를 너무 칭찬한 거 아니야”라고 묻자, 현 감독이 “그럼 욕을 해줄까”라고 농담으로 받았다. 두 사람은 그만큼 각별한 사이다. 둘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 감독은 필리핀과 4강전에서 버저비터 3점 슛으로 1점 차 역전승을 연출했다. 현 감독은 중국과 결승전 4쿼터 종료 직전 동점 슛을 성공,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현 감독이 “4강전에서 상민이 형 득점이 아니었다면 결승전은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우자, 이 감독은 “가끔 결승전 하이라이트를 보는데, ‘그때 어떻게 연장까지 끌고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엽이가 막판에 잘했고, 우리가 운도 따랐다”고 공을 돌렸다. 당시 극심한 무릎 통증을 참고 뛴 현 감독은 “아시안게임 두 달 뒤 수술을 받았다. 관리했어야 했는데 참고 뛴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농구는 1990년대 드라마 ‘마지막 승부’처럼 치열한 대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프로농구 평균 관중 수는 2000명대다. TV 시청률은 0.2%대로 프로배구의 3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도 “몸이 좀 안 좋다”며 대표팀 소집에 불응하는 선수까지 있다.
 
이 감독은 “프로가 된 만큼 선수가 자기 몸 관리 하는 건 이해를 한다”면서도 “난 대학교 1학년 때 대표팀 상비군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요즘엔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쓴소리를 했다. 현 감독도 “요즘 선수들은 체격과 기량은 좋아졌지만, 투지는 예전보다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영원한 오빠’ 이상민 삼성 감독(왼쪽)과 ‘매직 히포’ 현주엽 LG 감독이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서로 상대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요즘 농구판에선 이상민, 현주엽처럼 농구팬 아닌 사람도 아는 전국구 스타플레이어가 사라졌다. 이 감독은 “끼 있는 선수가 몇몇 있지만, 모두가 다 아는 스타가 나와야 한다. 해외 진출 선수도 나왔으면 한다. ‘우리만의 리그’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김종규(LG), 김선형(SK)은 실력과 끼를 겸비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KBL(프로농구연맹)과 팀이 스타를 키워야 한다”며 “정 안되면 내가 예능프로그램에라도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현주엽 감독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형 햄버거를 먹는 모습. [사진 TV화면 캡처]

현주엽 감독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형 햄버거를 먹는 모습. [사진 TV화면 캡처]

 
지난 시즌 맞대결에서는 이 감독의 삼성이 4승2패로 앞섰다. 올 시즌엔 어떨까. 이 감독은 “삼성이 LG만 만나면 약했는데, 지난 시즌 좀 나아졌다. 새 시즌엔 신장은 작지만 재미있고 빠른 ‘스몰 농구’로 LG를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현 감독은 “내가 선수일 때도 LG는 삼성에 강했다. 빠르고 즐거운 농구로 삼성만큼은 꼭 상대적 우위를 가져가고 싶다”고 맞받았다.
 
송지훈·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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