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내맘대로 뚝딱뚝딱, 설렌다 시골에서 집짓기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31)
사계절 시골살이를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귀농 귀촌을 주저하는 이가 많지만 한적한 시골 생활이야말로 낭만이다. 나 자신과 내가 키운 작물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사계절 시골살이를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귀농 귀촌을 주저하는 이가 많지만 한적한 시골 생활이야말로 낭만이다. 나 자신과 내가 키운 작물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본격적인 가을이다. 수확의 계절이고 한해의 마무리가 시작되는 철이기도 하다. 지금 가을을 누리는 시점에서 지역 살기의 매력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다. 내가 왜 도시에서 시골로 갔는가 말이다.
 
귀농·귀촌은 어쩌면 고생 거리가 한없이 많은 일이라 생각하여 주저하는 이가 많지만, 한적한 시골 생활이야말로 낭만이다. 농사를 짓는 이에게는 봄에는 미세먼지,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 가을에는 태풍, 겨울에는 한파가 골칫거리이지만 이런 것들도 자연 현상인지라 잘 견딘다. 오히려 기후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몸으로 느끼면서 나 자신과 내가 키우는 작물이 자연의 일부인 존재로서 작고 초라해 보이지만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지역에서 사는 게 무엇인가 되새겨 보자. 전에는 시골살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시골살이 대신에 지역 살이라고 쓴다. 지역이란 의미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이라는 의미가 있겠으나 서울도 하나의 지역 개념으로 보고 대도시가 아닌 농업이나 어업이 주요 산업으로 포함되는 시나 군이라 보면 된다. 귀농·귀촌은 도시가 아닌 시골, 지역에서 사는 옮겨 가서 사는 것이다.
 
이사를 가니 물리적 장소의 변화가 있다. 주거 환경이 다르다. 그러니 집에 대한 개념도 다르다. 도시의 집을 대표하는 것은 아파트다. 한국의 아파트는 외국과 다른 것이 분양과 당첨이라는 단어가 쓰인다는 것이다. 내 돈 주고 사는 것임에도 분양이라고 하고 당첨되었다고 좋아한다. 내 돈 몇억을 지불하면서도 어떻게 지어지는지도 모른다. 모델하우스의 모형과 전단지의 도면이나 보고 결정한다. 아파트는 사면 오른다는 믿음에 조건 없이 선 구매한다. 분양가를 공개하라니 모두 겁을 낸다.
 
반면 지역에서 집을 사거나 짓는 것은 다르다. 집을 직접 지을 수 있으니 설렌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에 모두 내가 관여하고 결정할 수 있다.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집이 당연하지 않은가.
 
지역 살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농가주택을 구매해서 리모델링해서 산다. 수직으로 건물을 올리는 도시와 달리 지역은 수평으로 나아간다. [중앙포토]

지역 살이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농가주택을 구매해서 리모델링해서 산다. 수직으로 건물을 올리는 도시와 달리 지역은 수평으로 나아간다. [중앙포토]

 
보통은 농가주택을 구매해서 리모델링해서 산다. 의외로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인테리어를 다시 하면 꽤 괜찮다. 삼시 세끼 밥을 해 먹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집들이 그러하다. 도시는 건축물이 수직으로 올라가는데 지역은 수평으로 나아간다.
 
또 집은 일반적인 벽돌 주택이 많지만, 목조주택, 한옥, 조립식 주택이 있고, 타운하우스 같은 고급 주택단지도 있다. 보통 전원주택이라고 한다. 전원주택 붐이 불면서 지어진 집들은 대체로 그 당시의 유행을 많이 따른다. 그래서 스위스인지 스페인인지 프랑스인지 정체가 모호하다. 이국적인 느낌이 중요하지 건축양식이 어느 나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지역의 아파트에 살면서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집을 직접 짓는 것 자체가 좋다. 내가 살 집을 내가 설계해서 지으니까 말이다. 내 취향이나 취미, 생활 패턴을 고려할 수 있어서 좋다.
 
조심해야 하는 건 집은 건축업자에게 의뢰해서 짓게 되는데 여기서 갈등 요인이 생긴다. 업자를 못 믿다 보니 제대로 짓는지 감독을 하다 보면 다툼도 일어난다. 건축업자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잘 아는 친구나 친척 집은 잘 안 맡는단다. 열심히 지어도 갑과 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집 짓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집을 지을 땐 건축업자에게 의뢰해서 짓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자와의 갈등이 빈번하게 생긴다. 갈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집 짓는 걸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건축 업자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집 짓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집을 지을 땐 건축업자에게 의뢰해서 짓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자와의 갈등이 빈번하게 생긴다. 갈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집 짓는 걸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건축 업자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그래서 집 짓는 걸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건축업자와 많이 상의해서 신뢰를 쌓는 게 필요하다. 인허가부터 인프라까지 고려해야 한다. 땅값이 싸다고 길과 먼 곳에 집을 지으면 나중에 전기와 통신선, 상하수도관을 이을 때 자비를 들여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집을 짓고 나면 다가 아니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여기서 그 사람의 적성이나 성격이 드러난다. 집 관리는 본인이 해야 한다. 스스로 고쳐야 한다. 망치질을 잘못하면 어려움이 크다. 아파트는 관리소에 이야기하면 해결되지만, 지금부터는 본인이 해결해야 하니까 말이다. 못질하고 톱질하고 뜯었다 붙였다 혼자 해야 한다. 조금 어려운 것은 사람을 불러다 고치기도 하는데 일당이 드니까 고민스럽다.
 
난리 거리가 하나 더 있다. 집 앞에 만들어 놓은 텃밭 말이다. 내가 먹는 거 내가 지어 먹으니 참 좋다. 텃밭의 상추와 부추, 파, 고추 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농약을 칠 줄 모르니 유기농이다. 그런데 텃밭은 풀과의 전쟁이다. 잡풀이 많이 올라오니까 손으로 뜯어줘야 한다.
 
귀농 귀촌한 사람 중에서 야생화 전문가가 많다. 왜 그런가 봤더니 집에 나는 잡초를 뽑다가 포기하고 잡초 이름을 공부하고 외우다 보니까 전문가가 된 것이다. 잡초라는 것은 이름을 모를 때는 잡초고 이름을 알면 야생화가 된다. 그래서 본인 마당의 잡초밭을 야생화 단지라고 부른다.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또 하나 벌레다. 집 안에 벌레가 스멀스멀 다니고 어떤 건 날아다닌다. 바퀴벌레는 차라리 귀엽다. 그래도 그만큼 자연환경이 살아 있으니까 곤충들이 있는 거다. 곤충이 있다는 것은 주변에 새들이 많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소리에 일어나서 산책하고 반찬 할 것을 뜯어 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을 밖에서 앉아 먹으면 참으로 신선하다. 더운 여름이건 지금 가을이건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호사를 누린다.
 
시골에서는 장을 담그면서 발효 음식을 제대로 접하게 된다. 발효는 생활이자 좋은 취미이다. 주로 남자들은 술을 담그고 여자들은 식초를 만드는 일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시골에서는 장을 담그면서 발효 음식을 제대로 접하게 된다. 발효는 생활이자 좋은 취미이다. 주로 남자들은 술을 담그고 여자들은 식초를 만드는 일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음식이 달라진다. 제철 음식 먹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시골에서는 장을 담그면서 발효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다.다. 우리가 아는 슬로우푸드는 다른 게 아니라 우리 한식이 그것이다. 고추장, 된장, 간장을 사서 먹을 수도 있지만 담가 먹을 수 있고, 김치를 제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동안 효소가 유행했다. 발효는 생활이자 좋은 취미이다. 남자들은 술을 담그고 여자들은 식초를 만든다.
 
또 산에 있는 나무에서 열매들이 따 먹는 재미가 있다. 여름에 오디는 진짜 좋은 디저트이다. 나물을 딴다. 약초를 딴다. 직접 식재료를 자연에서 얻는다. 저녁에 직접 산채를 덖고 버섯을 우려내서 차로 마시면 좋은 취미가 된다.
 
요즈음은 커피가 유행이라 직접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니면 좋은 원두를 사서 직접 드립해서 마신다. 바리스타가 시골에 꽤 많이 생겼다. 목공을 배워서 마당이나 창고에서 생활 가구를 만든다. 대패질하고 사포를 문대면서 도를 닦는 것이다.
 
물론 불편한 게 많다. 그렇지만 불편과 불쾌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싶다. 병원이 멀기 때문에 불편하다. 도시와 시골의 의료환경을 비교한 자료가 얼마 전에 나왔는데 응급 시 생존 확률이 도시보다 시골이 4분의 1이란다. 산부인과도 없다. 조그마한 슈퍼마켓은 있는데 마트가 멀리 있어서 불편하다. 공산품을 급하게 사려면 불편하다. 문화생활도 도시보다 많이 못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불편하지만 불쾌하지 않은 쾌적한 삶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선택한 삶이잖는가. 도시에서처럼 돌아다니면서 누릴 수 있겠지만, 귀농·귀촌의 전원의 삶은 내 생활 공간에서 내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나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인생을 가꾸는 삶이 전원의 삶이고 지역 살이다. 행복은 돈이 아니고 내 마음의 평화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찾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 그게 지역 살의 매력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