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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4000원인데, 담배 한 보루 5000원? 北 임금 미스터리

중앙일보 창간 53주년 특집 - 평양·평양사람들 <6>
 
“한 달 월급으로 담배 한 보루도 못산다고요? 그건 북한 임금 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 얘깁니다.”
 
‘근로자 평균 월급이 4000원(이하 북한 원ㆍ국돈)인데, 담배 한 보루나 캐비어(철갑상어 알) 한 통에 5000원이면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북한 경제정책 분야에 종사했던 고위 탈북자 A씨의 답이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이 기본급 이외에 수령하는 가급금(加給金, 각종수당)과, 시장 등에서의 추가 경제 활동에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판매 중인 캐비어. 북한 근로자의 한달 월급(기본급)을 훌쩍 넘는다. 평양=이정민 기자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판매 중인 캐비어. 북한 근로자의 한달 월급(기본급)을 훌쩍 넘는다. 평양=이정민 기자

 
A씨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총수령액)은 생활비(월급ㆍ기본급)와 장려금(인센티브), 목표를 달성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지급하는 ‘상금’으로 구성돼 있다”며 “한국에 와보니 북한 근로자들의 기본급만 가지고 얘기를 하는데 북한 근로자들의 수익은 생활비보다 가급금이 훨씬 많은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가급금이 20여 가지나 됐지만 지금은 장려금과 상금으로 가급금 항목을 축소했고, 오히려 액수는 늘었다”며 “생활비(기본급)는 직업별로 공통된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가급금은 한도가 없고 공장 등 지급 단위마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북한 근로자들의 수익구조가 배(기본급)보다 배꼽(가급금)이 훨씬 더 구조인데도 한국에는 기본급만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본지가 2006년 5월 평양의 ‘3ㆍ26 전선공장’을 현지 취재했을 당시 이 공장의 ‘재정공시표’상 2005년 근로자들의 1인당 월평균 임금(생활비+장려금+상금)은 2만70원이었다. 2005년 9월 1인당 수입은 3만3678원이었고, 연봉으로 따지면 24만 848원이었다. 기본급(당시에도 통상 4000∼5000원)의 4배 이상을 가급금으로 받은 셈이다.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판매중인 메기. 주민들이 즐겨 찾는 메기는㎏당 54원(북한원)이다. 평양=이정민 기자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판매중인 메기. 주민들이 즐겨 찾는 메기는㎏당 54원(북한원)이다. 평양=이정민 기자

2000년대 초ㆍ중반 10% 안팎이던 북한의 공장 가동률이 최근 40% 안팎으로 늘어나고, 2014년 기업이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자체적으로 파는 처분권을 확대하는 사회주의기업관리책임제를 실시하면서 근로자들의 수입은 훨씬 늘었다고 한다. 과거 생산품 대부분을 국가가 수매하던 구조에서 국가에 30% 안팎의 납부금만 내고 나머지는 자체 판매토록 허용하면서 기업의 이윤이 증가했고, 이를 근로자들에게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 분야에 종사했던 다른 탈북자 B씨는 “과거 천편일률적이었던 임금구조가 공장이나 기업소마다 차이가 생겼다”며 “최근 주민들의 소비가 많아 경영상황이 좋은 일부 식료품 공장의 근로자들은 월 40만원을 손에 쥐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본급 5000원에 가급금이 39만 5000원이라는 얘기다. B씨는 “광산이나 제철소의 평균 월급은 10만~30만원, 혜산신발공장은 3만원”이라며 “공장별로 임금이 천차만별이고, 공장이 잘 돌아가는 곳에선 부업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체육용품전시관. 평양=이정민 기자

평양 체육용품전시관. 평양=이정민 기자

북한 당국이 생필품 가격을 철저히 통제하며 최저 생계를 보장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빈부의 격차는 늘어나는 추세다. 몇천원 짜리 기호품을 누구나 쉽게 사는 건 아니라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평양에서 살았던 탈북자 C씨는 “북한은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교통비(지하철, 버스 5원 안팎)나 수산물 등 생필품은 눅은(값싼) 가격으로 정했다”며 “그러나 담배나 기호품, 사치성 먹거리(캐비어 등)는 몇 천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놀이공원이나 외식, 고급 음식점을 찾지 않는다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있겠냐”며 “전반적인 물가가 인상되고 씀씀이가 커지면서 시장에 나가 경제활동을 통해 수익의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교원들은 과외를 하고, 달러가 있는 주민들은 시장에 나가 환치기를 하는 식으로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가욋돈을 번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100원 안팎인 반면, 암시장에선 8300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달러를 들고 시장에 나가 ‘국돈’으로 바꾼 뒤 생필품 등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사무원들은 본연의 직업 이외에 별도의 직업을 구해 일을 하는 등 이중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대거 등장했고, 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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