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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싼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낮출 수 있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비싼 통행료와 도로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면서 민자(民資) 고속도로 공공성 확보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2000년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개통된 이래 현재 운영 중인 민자 고속도로는 모두 18개다. 전체 고속도로(4767㎞)의 16.2%를 차지한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유료도로까지 포함하면 민자도로는 46개나 된다. 민자 고속도로는 운영 주체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제한된 정부 인력만으로 업무를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동안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민간 자본이 투입된 도로의 통행료 조정은 쉽지 않았다. 통행료를 낮추면 통행료 수입이 줄어드는데, 이로 인한 민간투자자의 손해를 보전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을 투입하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예산이 부족한 점도 문제지만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은 공평하게 사용돼야 하므로 도로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경제장관회의에서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이하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재정(財政) 고속도로에 비해 평균 1.4배 비싼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1.1배 수준으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부가세를 고려하면 재정 고속도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싼 통행료를 지불한 민자 고속도로 이용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민간이 투자한 사업비를 정해진 기간에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드맵에서는 새로운 방안이 제시됐다. 자금 재조달, 운영 기간 조정 등 사업 재구조화를 추진해 통행료를 인하하도록 한 것이다. 향후 물가인상 등으로 통행료 격차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했다. 로드맵은 운영여건을 조정해 재정 고속도로와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격차를 줄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민자 고속도로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인하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번 통행료 로드맵의 큰 특징이다.
 
시론 10/11

시론 10/11

이미 정부는 지난 3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수원~광명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했다. 통행료 인하 조치는 고질적인 민원 해소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다.
 
도로 공공성 확보를 위해 로드맵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자 고속도로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성 관점에서 동일 도로 서비스에 대한 동일 통행료 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민간자본이 유입된 만큼 일부분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도로는 공공재로서 국가가 운영하든 민간이 운영하든 공공성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통행료가 인하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좋은 사례이다.
 
둘째, 민자 고속도로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민자 고속도로가 정착되려면 국민의 신뢰와 합의가 필요하다. 민간 투자사업이 과도한 수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우려와 거부감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자도로 운영사와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의 성과 관리 강화 및 운영자료 공개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민자 고속도로 관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도로 서비스와 통행료의 공공성 확보를 목적으로 유료도로법에 근거한 전문적인 ‘민자도로 관리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한 것이다. 센터는 회계·금융·법률·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충원해 민자도로 관리 전문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센터는 통행료 인하를 위한 실시협약 체결 및 변경 업무뿐만 아니라, 민자 법인의 운영성과 평가, 민자도로 미납통행료 징수 지원, 자금 재조달 여건 검토 등 통행료 적정화 및 운영서비스 개선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센터의 운영을 통해 민자 법인과 정부, 이용자 간 갈등을 줄이고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 예산 증가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고속도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자본의 활용은 앞으로도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자사업 관리체계도 공공성에 따라 개편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자 고속도로의 경우 수익성과 공공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번 민자 고속도로 관리체계 개편이 국민의 통행권을 보장하고 교통비를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민·관 협력의 좋은 사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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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