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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식상한 인구 이야기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1. 심상치 않다. 식상하지만 또 저출산 이야기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한 해에 40만 명대의 아기가 태어났고, 2017년에는 약 35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올해는 약 32만 명 정도가 될 예정이다. 한 해에 30만 명대의 출생아 수가 무슨 대수냐는 독자도 있겠지만 큰일임이 틀림없다. 생산과 소비의 중심에 있는 40대는 현재 각 연령에 약 90만~95만 명이 있다. 30년 뒤부터 40대는 한 연령에 약 40만 명도 채 되지 않게 된다. 그들이 만드는 가치와 세금으로 인구가 두 배나 많은 오늘의 40대가 70대가 돼 생활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구 감소의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언제부터 그런 일이 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
 
2. 심상치 않다. 식상하지만 또 청년의 서울 집중 이야기다. 과거에도 지금도 서울은 블랙홀처럼 청년, 특히 20대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20대 청년의 서울 집중은 비단 농촌으로부터의 이주만이 아니다. 경기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시·도로부터 서울로 이동 중이다. 2017년 전국에서 약 3만2000명의 20대 청년이 서울로 초과 이주했다. 원래 서울로부터 20대 인구를 받기만 했던 인천광역시도 2017년 600여 명을 서울로 보냈다. 경기도는 비록 서울의 20대가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유일한 곳이지만 최근 양상이 변하고 있다. 2010년 1만8000명이 넘는 서울의 20대가 경기도로 주민등록을 옮겼고, 2016년에도 1만 명이나 됐다. 하지만 2017년 경기도로 주민등록을 옮긴 서울의 20대는 약 4500명에 불과했다. 부산광역시는 2010년 이후 매년 4000명에 달하는 20대를 서울로 보내왔다. 주민등록을 옮긴 청년이 이 정도이니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등록 없이 거주지만 서울로 옮긴 20대는 또 얼마나 많을까?
 
3. 심상치 않다. 식상하지만 또 서울의 집값 이야기다. 서울의 집값, 특히 아파트값은 지난 30여 년간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그동안 정부는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래도 서울의 집값은 계속 올랐다. 최근 서울시는 용산과 여의도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곧 취소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값은 용산과 여의도만이 아니라 전역에서 또 올라 버렸다. 1억~2억원이 오르는 데 1주일이면 충분했다. 1억~2억원이 언제 내려갈지는 모른다. 지난 9월 정부는 또다시 특단의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서울의 집값이 내릴 것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다. 정말로 심각한 일은 과거엔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의 집값이 모두 올랐지만 지금은 서울과 분당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방 도시 집값은 다 폭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태칼럼

조영태칼럼

4. 한 해 30만 명이 태어나고 있는 저출산, 20대 청년들의 블랙홀이 돼 버린 서울,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서울의 집값. 심상치 않은 이 세 가지 현상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앞으로 연관성이 더 커지면서 각 현상들은 심상치 않은 수준을 넘어 심각하게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으로 인해 3년 뒤부터 수많은 대학은 신입생 충원난을 겪게 된다. 얼마 전 교육부의 대학평가 결과에서 보듯 이런 대학들은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다. 사립대학이건 국립대학이건 예외가 없다. 지방 소재 대학들이 어려워지는 만큼 지방의 경제도 어려워진다. 지방에서 학업이건 취업이건 기회가 줄면 청년들은 더더욱 서울로 모일 것이다.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지방의 집값은 더 떨어진다.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한 지방의 자본이 지방을 떠나 서울로 투자된다.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서울의 집값은 떨어지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어렵다. 감당이 불가능한 서울의 집값은 청년들의 결혼이나 자녀 출산에 대한 의지를 가차 없이 꺾어 버린다. 지방 청년의 수는 크게 주는데 서울의 청년 집중은 심화된다.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밀도가 높아지면 재생산을 꺼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앞으로 출생아 수는 지금보다도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볼 때 우리는 2020년 혹은 이듬해부터 20만 명대, 2020년대 중후반부터 10만 명대의 출생아 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5.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 가지 현상을 유지한 채 위에서 언급한 시나리오를 감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을 살려 청년들의 자발적인 분산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의 부동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수도권에 신도시를 또 만들겠다는 부동산 정책과 지방대학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대학평가 제도를 볼 때 정부의 선택은 현상 유지임이 틀림없다. 곧 전국의 대다수 청년은 서울에서 ‘멋진 싱글 삶’을 즐길 것 같다. 독자들은 동의하시는가?
 
조영태 서울대 교수 ·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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