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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강경화에게 남북군사합의 항의 전화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9월 18~20일) 직전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와 관련, 사전협의가 부족한 데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통화에서)충분한 브리핑을 못 받은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크게 화를 낸 소동이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힐난했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말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군사 분야 부속합의서를 문제삼았으며, 특히 남북 군사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데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고 전했다. 한국 측이 사전에 상세한 설명이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어떻게 미국 국무장관이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에게 격한 표현을 쓰면서 불만을 토로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격한 표현이라고 단정하지 않겠다. 본인이 브리핑을 충분히 못 받은 것에 대해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미국식 욕설을 했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그건 분명히 아니다”고 답했다.  
 
강경화 “5·24 조치 해제 검토” 야당 “천안함 유족 이해 구해야”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 합의 관련 불만을 표한 것은 정상회담 전이라고 강 장관은 설명했다. 정 의원이 “군사문제 관련해 사전에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없었던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폼페이오 장관이 표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한 것은 닛케이 보도를 숙지하지 못해 대답에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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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양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로 정부가 꼽아온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미측이 사전 협의와 정보 공유 부족 등을 이유로 각료급에서 항의한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한·미 공조가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 국방부 내에서도 사전에 한국 국방부의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는 전언도 있다.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미국과 엇박자를 타는 듯한 발언을 했다. 5·24 조치 해제에 대해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범정부 차원의 논의는 아니다”고 말을 바꿨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강 장관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강산 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 5·24 조치로 정부가 금지해서 못 가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며 이처럼 답했다. 이 의원이 “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 않으냐”고 질문하자 강 장관은 “관광은 아니다. 그에 대해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도 폐쇄될 때까지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강 장관은 “공단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명시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한 질의응답이었다.
 
5·24 조치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 정부가 내놓은 독자 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 간 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등이 골자다. 금강산 관광은 앞서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중단됐다.
 
5·24 조치를 해제하려면 이 제재를 부과하게 만든 사유부터 해소돼야 하는데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천안함 폭침 피해자 유족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강 장관은 말을 바꿨다. “관계 부처와 검토 중”→“관계 부처가 검토 중”→“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등이다. 이에 야당이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고, 강 장관은 “제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고 했다.
 
유지혜·권호·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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