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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방식 고집하다 … 탑항공 이어 여행사 줄폐업

“여행사에 예약하기 전 여행사가 피해보상 보험에 가입했는지 반드시 확인하라”. 한국소비자원이 10일 난데없이 해외여행객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 두세달 사이 중소 여행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폐업행렬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한데서 비롯됐다. 한 때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항공권을 판매했던 탑항공을 비롯해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사, 싱글라이프 등이 경영위기에 내몰리며 모두 폐업을 선언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네 곳 말고도 다음 차례는 누구 누구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여행업계 전체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외여행객 3000만명, 여행·예약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이 1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여행사가 폐업에 내몰린 이유가 뭘까.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관광산업이 플랫폼 비지니스로 바뀌었는데 국내 여행사들은 기존 모델만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폐업한 여행사들은 국내 여행객을 해외로 송출하고 받는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었다. 즉, 항공권이나 호텔을 싸게 대량으로 예약한 뒤 소비자에게 팔거나, 해당 항공사나 호텔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업방식을 고수해 온 여행사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탑항공의 경우 항공사에서 티켓을 싼값에 블럭으로 구입해 차익을 남기고 소비자에게 팔거나 또는 항공사에서 티켓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십수년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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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0년 중반께부터 글로벌 여행 산업의 트랜드는 급격히 바뀌었다. 호텔이나 항공권은 물론 렌트카, 현지 가이드에 액티비티 서비스까지 한데 모은 결합상품을 누가 더 싸게 공급하느냐의 경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항공노선이나 호텔, 렌트카, 액티비티 등 해외 각 여행지의 더 많은 정보를 모은 플랫폼을 구축해 더 다양한 상품으로 싼 값에 구성하느냐의 경쟁으로 여행 산업이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 여행사들은 이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이 시장은 익스피디아나 프라이스라인 같은 글로벌 온라인여행사들이 장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사들은 오히려 2010년 중반께 호텔업이나 면세점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유커에만 의지해 이들이 묵을 호텔을 짓거나 쇼핑수익을 노리고 면세점 특허권에 매달린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와 사드 사태 등으로 유커가 줄면서 중소여행사부터 폐업에 내몰리는 처지가 됐다. 그나마 인터파크나 쿠팡, 티켓몬스터 같은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이 플랫폼 기반의 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글로벌 여행산업의 흐름을 따라가긴 했다. 하지만 이들은 좁은 내수시장에 몰두했을 뿐 인력이나 투자 금액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외시장 진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날로 성장 중인 온라인 여행 시장은 익스피디아나 프라이스라인, 일본의 라쿠텐, 중국의 씨트립 등의 독무대가 돼 버린 것이다.
 
변화의 후폭풍은 패키지 여행에 의존하고 있는 대형 여행사들에게도 조만간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 여행객이 젊어지고 해외 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패키지 상품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대형 여행사들도 미래를 위해서는 경쟁력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행사들이 국내 여행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순환 용인대 관광학부 교수는 “인구가 1억2000만 명인 일본의 해외 여행객은 한 해 1600만~1700만명인데, 인구 5000만명인 우리는 3000만명이 해외로 나간다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는 단적으로 국내 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국내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내국인의 해외 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고, 외국 여행객도 늘어나 국내 관광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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