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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땐 근로감독 하겠다” … 주52시간 실태 반강제 조사

고용부가 근로시간단축 준비가 미흡한 기업을 추출해 출퇴근 내역 까지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가 근로시간단축 준비가 미흡한 기업을 추출해 출퇴근 내역 까지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기업의 인사노무 업무에 대한 사법처리 권한을 가진 근로감독관을 동원해 강압성 현장 실태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물론 정부의 민간 기업에 대한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부는 이 조사를 근거로 “기업의 70% 이상은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로제와 같은 유연근무제 확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는 지난 5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300인 이상 3627개 기업을 전수 조사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당시 고용부가 각 지방 고용노동청과 지청에 시달한 업무지시서와 실태조사 계획서 등 관련 서류에 따르면 실태조사를 기업이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근로감독관은 “조사를 거부하는 기업에는 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압력을 가해서라도 (조사서를)받아내야 했다”고 말했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른 시간 내 정책수요 파악을 위해 독려는 했지만 강압적으로 하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사 계획서에는 굵은 글씨로 ‘1차 조사 거부 기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조사 실시’라고 적시했다. 기업이 거부할 수 없는 의무 조사로 진행한 셈이다.
 
조사 문항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근로감독관은 “자백 진술서처럼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여부와 임금이 줄었을 경우 보전해주지 않는 이유를 적도록 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줄면 당연히 소득이 감소하는데, 임금 보전을 하지 않는 기업을 질책하거나 마치 법 위반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장근로 한도 초과 근로자 수를 기재하게 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충원 계획과 실제 채용 현황을 1~2차에 걸쳐 보고토록 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효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을 A~D로 나눠 등급을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미흡한 C·D 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굵은 글씨로 ‘근로자 출·퇴근 내역, 임금 대장을 반드시 확인’ ‘조사 당시 7월 임금 대장이 없는 경우에도 사후 확인’이라고 명시했다. 실태조사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경영 자료를 감찰한 꼴이다. 특히 D등급에 대해서는 ‘수시로 동향을 파악하고 집중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모 기업 인사담당자는 “실태조사를 빙자한 경영 탄압”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제대로 실태를 적기보다 등급을 좋게 받기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듯한 응답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근로감독관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조사의 기본이 안 갖춰졌다”며 “이런 왜곡된 조사는 정책의 알리바이를 구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과 관련된 조사는 불편부당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사법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을 동원해 근로기준법 준수여부를 조사하는 데 ‘나 잡아가라’고 답변하는 기업이 있겠는가”라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 과정에서 일선 근로감독관이 반발해 고용부 직장협의회가 이를 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당초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던 실태조사를 8월 10일까지 연장하고 문항도 일부 줄였다.
 
그러나 실태 조사 마감일 이틀 전까지도 ‘조사율이 20%도 되지 않는 관서도 확인된다’는 내용의 업무지시서가 내려갔다. 그런데 이틀 만인 10일 100% 조사가 완료됐다. “조사 강요가 아니면 기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가 그렇게 순식간에 완료될 수 없다”(근로감독관)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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