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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퍼스펙티브] 시야에 든 한반도 새 질서, ‘투키디데스 함정’ 피해 가는 길

미·중 경쟁과 한반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현실감이 있다. 올해 중반부터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세 번의 북·중 정상회담, 한 번의 북·러, 북·일 정상회담이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북한 비핵화를 기반으로 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급류를 탄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를 경계한다. 20세기 초 조선왕조의 침몰에 저마다의 국익에 따라 기여를 했던 주변 4강의 이해가 이번에도 같을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평화프로세스에 난기류를 몰고 올 수 있다. 새 강대국이 부상하면 패권을 놓고 기존 강대국과 무력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은 충분한 우려의 대상이다. 미국과 중국은 무엇을 어떻게 다투는가.
 
중국은 2050년까지 미국령 알류산열도~하와이제도~라인제도~뉴질랜드~남극을 잇는 제3 열도선을 그어 그 서쪽 태평양을 ‘중국의 바다’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의 최종 단계요, 신중국이 건국한 1949년 시작된 ‘백 년의 마라톤’의 골인 지점이다.
 
서태평양 패권 노리는 중국 vs 견제하는 미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의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연결하는 제1 열도선 안에 있는 시사(西沙)군도와난사(南沙)군도에 인공섬을 만들어 활주로, 레이다 기지, 항만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미국을 하와이 동쪽으로 밀어내는 전략의 초기 조치들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는 일본의 이즈(伊豆)제도~오가사와라~괌~파푸아뉴기니를 잇는 제2 열도선을 돌파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은 서태평양을 중국에 내주고 하와이까지 물러날 생각이 없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으로 중국의 당돌한 도전에 맞선다. 현재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미 해군 7함대는 동경 160도 자오선을 경계로 36개국이 포함된 서태평양과 인도양의 절반을 관할 지역으로 하여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새로 부상하는 국가가 기존 패권 국가에 도전장을 내밀어 뜨는 해와 지는 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처음 명명한 사람은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어 앨리슨이다. 그는 투키디데스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지난 500년 동안 16개의 투키디데스 함정의 결말을 분석했다. 그 결과 16개의 사례에서 14개가 전쟁으로 해결되었다.
 
시대역순으로 가장 최신의 것이 독일이 영국의 패권에 도전한 결과 일어난 1차 세계대전이고, 역사상 최초의 투키디데스 함정이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의 패권에 도전한 아테네가 30년 전쟁 끝에 패전한 경우다. 그 시대의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전말을 기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용어의 기원이다. ‘21세기판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다.
 
중국 해군력 증강은 역사적 데자뷔
 
1890년 지리역사학자 앨프리드 머핸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출간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한 머핸의 교리(doctrine)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공격적인 해외 영토 확장에 활용되고 모든 함장의 필독서가 됐다. 1904년 영국의 지리역사학자 해퍼드 존 매킨더는 『역사의 지리적 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머핸과는 반대로 유라시아의 심장부(heartland)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유라시아 심장부를 차지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그러나 매킨더가 말한 지정학적 이점은 러시아에 그림의 떡이었다. 러시아 함대가 바다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해로가 협소했다.
 
매킨더 이론의 반(反)테제로 나온 것이 1942년 니컬러스 스파이크먼 예일대 교수가 내세운, 연안 지역(rimland)이 심장부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이론이었다.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이면서 연안 지역이다. 시진핑의 중국몽 비전에 머핸·매킨더·스파이크맨의 이론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었다. 1조40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의 3축이 머핸·매킨더·스파이크맨이다.
 
중국이 해군력 증강에 매진하는 모습은 역사적 데자뷔다. 가까이는 영국의 패권에 도전하던 1914년 이전의 독일, 멀리는 스파르타가 그리스 세계에서 누리던 패권에 도전하던 아테네는 20~30년에 걸쳐 해군력을 강화했다. 일본도 해군력 증강으로 진주만 공격을 준비했다.
 
중국, 양에선 앞서나 질에선 열세
 
중국은 2017년 기준으로 수상함과 잠수함을 합쳐 317척을 보유해 283척의 미국에 앞섰다. 질적으로 미국 함대가 우세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전개되어 있다. 시진핑은 올 4월 “강력한 해군 건설이 오늘처럼 시급(urgent)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보유한 잠수함 60척에는 사정거리 8000㎞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최신예 핵잠수함도 포함된다. 중국 핵잠수함들은 미국 서해안으로 소음 없이 잠행하여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카고·디트로이트를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그들 신형 잠수함은 미 항모전단 공격용으로 설계된 러시아제 순항미사일도 탑재하고 있다.
 
중국은 총체적 화력과 실전 경험에서 미국에 열세다. 그 보완책이 A2/AD라는 비대칭 전략이다. 중국은 항모 킬러로 알려진 DF-21D와 DF-26으로 괌 기지와 주변 해역을 항해하는 미 해군 함정들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응 전략은 공·해전투(Air-Sea Battle)이다. 중국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은 순항미사일과 스텔스 폭격기로 위성과 정찰을 포함한 중국판 킬체인을 파괴한 뒤 순항미사일과 스텔스 폭격기로 본토의 미사일 기지와 공군 기지를 초토화한다. 뒤를 이어 항모전단이 제1 열도선 안 중국 연안으로 접근하여 본토 공격에 가담하는 전략이다.
 
D 계열 미사일이 배치된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기지의 위성 중계 레이더망은 미국 함정들의 움직임을 실시간 정탐·감시·추적한다. 허난성의 항모 킬러들을 무력화하려면 장거리 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로 기지 자체를 폭격해야 하는데, 그것은 미·중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 확전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략 옵션에서 제외된다.
 
항공모함 전력은 미국에 크게 뒤져
 
중국은 특히 항공모함에서 미국을 따르지 못한다. 소련제를 개량한 1호함 랴오닝함에 이어 자체 기술로 4월에 두 번째 항모를 건조했다. 현재 세 번째 항모를 건조 중인 중국은 앞으로 5~6척을 더 보유할 계획이다. 잠수함을 지금의 60척에서 80척으로 증강하고 원자력 항모도 건조할 계획이다.
 
J-15 전투공격기 24대를 함재기로 보유한 중국은 미군의 F-35의 맞수로 스텔스 전투기 J-31을 배치했다. 지난 5월 신형 전폭기 J-20도 실전 훈련을 마쳤다. 전략폭격기 H-6가 처음으로 시사군도에 착륙했다. 2017년에는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의 지부티에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를 개설했다.
 
요코스카의 조지 워싱턴 항모전단, 진주만의 존 스테니스 제3 항모전단, 샌디에이고의 로널드 레이건제1 항모전단은 중국이 태평양의 절반을 차지하기 위해 넘어야 철벽이다. 요코스카에는 이지스함이 12척, 그중 8척이 SM-3 요격미사일을 운용하는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BMD)를 갖췄다. 중국 칭다오의 북해함대, 닝파의 동해함대, 광둥성쨘장(諶江)의 남해함대는 7함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2050년까지 어느 시점에 미·중 해군력이 역전될지 모른다.
 
위성 파괴 무기로 역전 노리는 중국
 
앞으로 미국의 전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중국이 20년 전부터 개발 중인 위성 파괴 무기다. 중국은 2007년 공중에서 위성을 파괴하는 위성 공격용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 2013년에는 공중 폭발용 로켓으로 가장한 지상 발사 위성 공격 미사일 실험을 했다. 중국은 또 레이저, 극초단파무기, 입자 빔 무기, 전자펄스(EMP) 등 위성 통신을 교란하는 무기와 방해 전파를 개발했다.
 
미국의 전쟁 수행은 위성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그중에서도위성항법시스템(GPS) 의존이 크다. 중국이 위성 파괴 무기로 미국의 GPS를 불능화하면 군사적으로는 미군의 지휘·통제 체계가 마비되어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미국의 GPS에 의존하는 전 세계의 금융·통신·내비게이션(navigation)을 포함한 교통·전력망이 작동을 멈추어 암흑세계가 된다. 전쟁 지휘·통제의 기반이 되는 정찰위성이 중국 레이저 무기의 최우선 공격 대상이다. 미·중 전쟁의 차원이 우주로 확대되어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그들의 전략적 고려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과 같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정교하고 창의적인 4강 외교 절실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확대하는 경제외적 목적은 중국의 급속한 군사 굴기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 불똥이 북·미 협상에 직접 튈 수가 있다는 게 우리의 걱정거리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김정은을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의심한다.
 
중국도 북한 비핵화를 원한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결실을 보아 한반도·동북아에 만들어질 새로운 질서가 미국 주도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 중국은 균형추로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한 발 들여놓는 4강 상대의 외교는 정교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시야에 들어온 한반도·동북아 평화 질서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외교 참모들의 치열한 노력과 재야 집단지성의 총출동이 요구된다.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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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