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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앞세웠지만 시장 혼선만…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어찌 하오리까

지난 7월 종합부동산세 개편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특위)는 기획재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재정특위가 “종부세도 올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늘려야 한다”고 권고하자 기재부는 바로 다음 날 “금융소득 과세는 부동산보유세 인상과 동시 추진하기 어렵다”며 다급하게 정리에 나섰다.
 
내년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확정하는 과정도 요란했다. 재정특위의 안을 기재부가 수정해 8월 말 국회에 제출했고, 당·정·청은 2주 만에 이보다 내용을 훨씬 강화한 새로운 안을 확정했다. 부동산 시장 참가자들은 ‘A안(재정특위)→B안(기재부)→C안(최종안)’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두 번 이상 혼란을 겪은 셈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도 성과가 미흡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지난해 5월 야심 차게 출범해 지금까지 8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월평균 32만명이던 취업자 증가 규모는 올 7~8월 평균 4000개로 급감하는 등 최악의 고용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역, 산업(보건의료ㆍ조선업 등), 연령대(청년ㆍ어르신)별로 ‘일자리’라는 명칭을 갖다 붙인 위원회들만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소득주도정책의 속도와 방향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 부총리 간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표류할 조짐마저 보인다. 성과는 없고 혼란만 키우는 ‘위원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행정안전부의 ‘2018 행정기관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각종 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 행정위원회 제외)는 521개다. 1998년 357개에서 2008년 535개까지 갔다가 현재 500여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위원회 가운데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는 이번 정부에서 신설된 4차산업 혁명 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3ㆍ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위원회 등을 포함해 총 17개다. 1997년 10개에서 2008년 30개까지 늘었다가 2012년 이후 15~21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대통령령에 따른 5년 일몰 조직이라는 점이다. 직속 위원회가 현판을 달고 출범해도 유효기간은 5년뿐이고 정부가 바뀌면 함께 사라진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에 만든 국민대통합위원회, 문화융성위원회, 정부 3.0 추진위원회, 청년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 등 5개 직속 위원회가 정권이 바뀌며 사라졌다.  
 
한 직속 위원회의 관계자는 “과거 ‘녹색 성장’, 창조 경제’이라는 말이 ‘4차 산업’이라는 명칭으로 갈아탄 듯한 인상을 받는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어온 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번 정부는 남북문제를 최우선과제로 두다 보니 다른 국내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라며 “위원회 차원에서도 모든 안건에 대통령이 우선시하는 남북 이슈를 어떤 방식으로든 끼워 넣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장 일자리 문제, 부동산 세제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정부 입맛에 맞는 중장기 큰 그림만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위원회도 답답한 점이 있다. 위원회는 정부에 정책 아이디어는 건의할 수 있지만, 강제할 근거가 없다. 위원회가 어디까지나 행정기관의 자문에 응해 의견을 제공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장병규 4차산업 혁명 위원회 위원장도 “많은 걸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한계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전문가, 학계 등에서 자기 정책을 알리는 나팔수를 뽑아 놓고 정책에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직속 위원회가 많을수록 청와대가 직접 하려는 일이 많고 일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정부라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도 속앓이하기는 마찬가지다. ‘옥상옥(屋上屋)’에 위치한 위원회가 ‘감 내놔라 배 내놔라’고 할 때마다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고 대통령 직속인 위원회를 배제한 채 일을 하기란 어렵다.  
 
주요 부처 장관의 ‘겹치기 배정’ 현상도 심각하다. 예컨대 일자리 위원회의 당연직 위원 15명 중 11명은 기획재정부ㆍ행정안전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소속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경우, 당연직 위원 15명 중 13명이 기재부ㆍ행안부ㆍ국토교통부ㆍ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기재부ㆍ행안부ㆍ산업부ㆍ고용노동부 등은 직속 위원회마다 발을 안 걸친 곳이 없다.    
 
‘당연직’으로 직속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주요 부처 장관들은 세밀한 업무 진행 과정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간혹 회의에 얼굴만 비치거나 그마저도 대타를 보내 면피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전체 위원회 중에서 53%는 별도 예산편성이 없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는 상당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직속 위원회 중에서 주요 10곳의 예산 합계(회의 비용ㆍ사무국 예산)는 352억8600만원으로 평균 예산은 35억원으로 조사됐다.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직속 위원회 수장 중 상당수는 연봉이 1억원대다. 이는 차관급 고위 공직자(약 1억2000만원)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과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올해 15억원의 예산이 따로 편성되기도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 직속 위원장 자리 몇 개 만들려고 위원회를 만든 식이 돼버리면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되고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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