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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새댁이 주방 지하실서 몰래 먹던 추어탕의 추억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53)
퇴근하는데 예전에 같이 일하던 복지사 선생님이 저녁을 먹잔다. 나이는 열 살이나 아래지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고 마음이 잘 맞아 자주 만나는데 혼자라고 자주 불러주니 정말 고맙다.
 
기분도 꿀꿀하니 얼큰한 추어탕을 먹자며 안동에서 가장 잘하는 집을 알고 있으니 주소를 찍어서 그리로 오란다. 외각지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들어가니 메뉴도 딱 한 가지라 ‘뭘 드실래요?’ 물을 필요도 없이 바로 음식이 나온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추려 넣고 시래기 배추나 시래기 무청을 넣고 푹 끓인다. [중앙포토]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추려 넣고 시래기 배추나 시래기 무청을 넣고 푹 끓인다. [중앙포토]

 
중년의 부부가 하는 식당인데 사람도 붐빈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추려 넣고 시래기 배추나 시래기 무청을 넣고 푹 끓인 건데 추가로 고추장을 넣는 집도 있고 된장이나 간장으로만 맛을 내어 담백한 곳도 있고 들깻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집도 있어 맛도 여러 가지다.
 
옛날 생각에 추어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을 많이 찾아다녔지만 아무리 맛있다 해도 그 옛날 내가 시집가서 먹던 그 맛은 아직 찾지 못했다. 가난한 집에 결혼해서 오니 주위에서 나오는 온갖 것으로 찬거리를 대신했다. 
 
가을이 오면 한 끼의 밥상을 위해 시동생들은 도랑으로 미꾸라지를 잡으러 나가는데 가끔 저녁때엔 나도 따라나섰다. 된장을 푼 광주리를 비닐에 담아 어깨에 메고 헝겊에 석유를 묻혀 횃불을 만들어 들고 야밤에 도랑을 가면 가제도 제 발로 설설 기어 나왔다. 나는 처음으로 그런 놀이를 해보던 터라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놀다가 한참 후에 미꾸라지를 건져 집에 갖고 가면 다음 날 시할머니는 그걸 호박잎과 소금을 넣고 팍팍 치대어 씻어서는 푹 삶아 걸러서 큰 솥에 붓고 배추 시래기랑 호박 파 등을 썰어 넣고는 된장과 집 간장 굵은 소금만으로 간을 하여 한 번 더 푹 끓여서 밥상에 올리곤 했는데 추어탕이란 음식도 처음 먹어보았지만 그 감칠맛이 얼마나 입에 짝짝 붙던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침이 넘어갔다.
 
미꾸라지를 건져 집에 갖고 가면 다음 날 시할머니는 그걸로 추어탕을 끓여 주셨다. 그 감칠맛이 얼마나 입에 짝짝 붙던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침이 넘어갔다. [중앙포토]

미꾸라지를 건져 집에 갖고 가면 다음 날 시할머니는 그걸로 추어탕을 끓여 주셨다. 그 감칠맛이 얼마나 입에 짝짝 붙던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침이 넘어갔다. [중앙포토]

 
층층시하 어른들이 계신 집이라 세 개의 밥상을 차리곤 했는데 국을 푸다 보면 꼴찌인 내 국은 거의 바닥을 보이곤 했다. 그 맛있는 추어탕을 한 번도 배불리 못 먹어 봐서 밥을 먹고 난 후 주방으로 나오면 닭똥 같은 눈물이 절로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서러움이 밀려왔지만 궁하면 통한다더니 어느 날 꾀가 났다.
 
그땐 혼자서 식사준비를 하곤 했는데 마침 주방 안쪽에 광으로 만든 지하실이 있었다. 추어탕이 올라가는 날엔 밥상을 차리기 전에 국을 한 대접 퍼서 지하실에 들어가 미리 먹고 나오는 것이다. 아! 그때의 배부른 행복이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리곤 밥상의 추어탕은 늘 양보하는 새댁이 되어 칭찬을 받았다.
 
집을 떠나와서 가끔 고향이 그리울 때면 미꾸라지를 사서 추어탕을 끓였는데 남편은 무조건 맛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온갖 재료를 다 넣어도 할머니가 해주신 그 맛이 안 났다. 그런데 이 집의 추어탕 맛이 그 옛날 할머니가 해주신 맛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다. 오소소한 추억이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미꾸라지와 얼갈이배추, 파 등을 사게 했다. 그날 저녁 오랜만에 주방의 불을 오래 밝혔다.
 
삶고 거르고 데치고 끓이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맛을 보니 과연 그 옛날 시할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조금 나는 듯했다. 음식도 삶도 스토리가 있어야 맛이 나는 것 같다.
 
어린 새댁이 지하실에서 몰래 먹던 그 맛있던 음식을 한 냄비 푸짐하게 해놓고 보니 행복이 넘친다. 아침 일찍 추어탕을 봉지에 담아 청량초 총총 썰어 고명으로 얹어서 앞집, 옆집, 딸네 집으로 행복한 국을 퍼다 날랐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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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