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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면접 뚫어야 취업하는 시대…영국선 1300만원짜리 과외도 등장

컴퓨터 웹캠으로 원하는 시간에 AI 면접을 할 수 있다. [Montage사 캡처]

컴퓨터 웹캠으로 원하는 시간에 AI 면접을 할 수 있다. [Montage사 캡처]

 “이상하게 느껴졌고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미국 오하이오에 사는 사라(27)는 지난해 새 일자리를 구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원한 회사 측의 지시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 대신 인공지능(AI)이 면접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초 화상 통화 같은 면접을 예상했던 사라는 “보통 면접관을 만나면 긴장을 푸는 간단한 대화가 오가기도 하는데, 이번 면접은 화면에서 실무적인 질문이 나오면 곧바로 답하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사라가 참여한 면접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하이어 뷰(HireVue)라는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질문에 답변하는 지원자의 표정이나 언어 선택까지 알고리즘에 따라 평가한다. 사라는 낯설어했지만, 현재 채용돼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 중이라고 CNBC가 보도했다.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자 채용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Hirevue사 캡처]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자 채용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Hirevue사 캡처]

 
 구직자들이 이젠 AI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는 “금융 중심지인 런던 시티에서 일자리를 잡으려면 이젠 최고 수준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 게 아니라 AI 면접을 뚫어야 한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 삭스나 유니레버 등 상당수 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자리에 수천 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서다. 런던 금융가 한 회사에선 애널리스트 연수생 한 명을 뽑는데 1만500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지원자의 서류를 일일이 살펴보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AI를 활용하면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영상을 등록하면 AI가 25만개 정보를 분석한다. [Hirevue사 캡처]

인터뷰 영상을 등록하면 AI가 25만개 정보를 분석한다. [Hirevue사 캡처]

 
 이들 회사가 사용하는 AI 면접 프로그램은 컴퓨터 웹캠이나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에게 20분 가량 질문하고 답변 영상을 받는다. 구직자들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답변할 수 있고, 영상을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것으로 등록할 수 있다. 
 
 AI는 지원자가 적어낸 자격 요건이 해당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합당한지를 포함해 눈동자 움직임이나 미소, 찡그림, 음성, 발언 패턴 등 25만개 정보를 분석한다고 하이어 뷰 측은 밝혔다. 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지원자와 탈락자를 솎아낸다. 
 
 AI 프로그램은 직종이나 회사 별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힐튼은 이런 종류의 비디오 인터뷰를 도입한 결과 과거 6주 가량 걸리던 채용 기간을 5일로 단축했다고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전했다.
딜로이트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조사한 결과 33%가 AI를 채용과정에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Montage사 캡처]

딜로이트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조사한 결과 33%가 AI를 채용과정에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Montage사 캡처]

 
 AI 면접은 인사 담당자 면접에 비해 더 크게 웃어야 쉽게 인식이 되므로 과장된 표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터넷 연결 속도가 좋고 배경이 밝은 공간에서 하는 건 필수다.
 
 딜로이트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을 상대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가 채용 과정에 AI를 접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 최대기업 500곳의 대다수도 채용 과정을 개선하려고 일종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채용 과정에 로봇 활용이 확산하는 것은 비용 절감 외에 선입견을 없애주기 때문이라고 관련 업체들은 강조한다. AI 채용프로그램 업체인 마이어(Mya)의 그레이브스키는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출신 학교나 전 직장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AI는 배경을 보지 않고 누가 적극적인지, 누가 회사에 관심이 많은 지에만 주목한다"고 말했다. 
회사 인사담당자와의 면접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Montage사 캡처]

회사 인사담당자와의 면접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Montage사 캡처]

 
 트리플바이트는 이력서를 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웹 개발 능력 등을 측정하는 퀴즈만 풀면 취업 가능한 테크 기업을 연결해주는 구직 사이트다. 이 회사의 하지 태거 최고경영자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비슷한 부류의 신입사원만 뽑아와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이어 뷰에 따르면 유니레버의 경우 AI 면접 도입 후 채용 인력의 재능별 다양성이 16% 가량 높아졌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회사 측이 자신의 이력서를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AI 면접에선 신속히 결과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업체들은 홍보한다. 이들 업체는 구직 사이트와 연계해 지원자에게 문자 등으로 구인 정보를 제공하고, 특정 기업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적합한 분야가 나오면 다시 AI 면접에 초대하는 기능까지 갖춰가고 있다.
 
 AI 관문을 뚫기 위해 런던에선 ‘족집게 고액 과외'도 등장했다. 피니토라는 회사는 채용될 때까지 AI 면접 준비를 도와준다며 9000파운드(약 1300만원)를 받는다고 이브닝 스탠다드가 전했다. 재무, 홍보, 예술 등 직종에 맞게 면접 연습을 시켜주고 영상을 보며 약점을 찾아준다. 채용 산업의 규모만 2000억 달러(226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미국에선 지원자의 소셜 미디어를 분석해 해당 직종에 맞는지를 판단해주는 디지털 업체도 생겨났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면접도 생겨났고 AI 면접 결과 등은 문자 등을 통해 신속히 전달된다. [Montage사 캡처]

문자메시지를 통한 면접도 생겨났고 AI 면접 결과 등은 문자 등을 통해 신속히 전달된다. [Montage사 캡처]

 
 비용 절감을 내세운 기업들이 편리함만 추구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AI 면접에서 10차례 떨어진 뒤 런던 증권회사에 합격한 조시 폭은 "수만 명이 지원하는 금융회사로선 AI 면접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 틈새로 미끄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JP 모건의 글로벌 채용 책임자 짐 코크랜은 “AI 면접은 이력서만으로 알 수 없는 정보를 준다"면서도 "기업이나 채용 대행업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원자에게 결과를 전달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AI 면접 역시 지원자들은 열심히 제출해도 쉽게 버려지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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