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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속수무책

속수무책                
-김경후(1971~ )
  
시아침 10/10

시아침 10/10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중입니다, 속수무책
 
 
글은 써서 뭐 하느냐고 부모 형제 연인이 말린다. 그럴 때 이 사람처럼 ‘속수무책’에 눈멀어, 아무도 해방시켜줄 수 없는 노예처럼 계속해보는 게 어떨까. 국가와 민족이 말리는가. 정말 가족과 연인이 말리는가. 내가 나를 말리는 것 아닐까. 대책 없는 속수무책을 겁내어 읽으려 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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