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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간절함으로 성공했다고요?

윤정민 산업팀 기자

윤정민 산업팀 기자

연휴 동안 예능을 몰아봤다. 혼자 사는 유명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큰 성공을 거둔 유명 모델 출연자가 오디션에 참가한 신인 모델들을 심사하는 편이었다. 멍하니 보다 잠들려던 때, 한 단어가 신경을 간지럽혀 졸음이 달아났다. 바로 간절함이었다.
 
심사에 나선 유명 모델과 디자이너는 참가자들에게 “간절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화도 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왜 그런 지적을 하는지,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신인일 땐 얼마나 간절했으며 또 열정적이었는지 얘기했다. 다른 출연자들은 “애정 어린 조언”이라며 칭찬했다.
 
한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들의 힘겨운 성공스토리, 후배를 아끼는 진정성을 의심한 건 아니다. 단지 그들이 스스로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하는, 그 간절함이나 열정 같은 것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성공했고, 존경할 만한 업적도 쌓았다. 아마 누가 옷을 더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지, 누가 더 워킹을 잘하는지 등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절함은 어떤가. 지원자 중 누가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인지, 길어야 몇분인 오디션에서 그들이 진정 알 수 있었을까. 누가 신체적 약점이나 불우한 환경 같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더 절박하게 꿈을 키웠는지, 성공하면 단박에 간파할 수 있는 걸까.
 
사실 그들의 조언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어느 분야든 성공한 사람은 이런 조언을 자주 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쩌면 상당수는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더 큰 간절함과 열정, 노력 덕분이라고 믿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확률도 높다. 누군가 이끌어 줬거나, 시대 변화가 도움이 됐거나, 타이밍이 잘 맞았거나, 혹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실제 우린 누구보다 간절하고, 안쓰러울 만큼 노력해도 실패한 사람을 수없이 본다. 또한 적당한 간절함으로도 충분히 몫을 다하고, 거기에 운까지 더해져 성공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순전히 간절함과 노력만으로 이루는 성공 신화는 글자 그대로 신화 같은 것일 수 있다. 다만 노력해봤자 라는 식으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만이 분명할 뿐이다.
 
이렇게 보자면, 모호한 간절함에 대해 화를 내기보단 그냥 부족한 실력을 지적하거나 아무 말 않는 게 나았을 수 있다. 떨어진 이유조차 모르는 게 비참하다지만, 간절함이 없다는 조언은 또 무슨 큰 도움이 될까. 다음 오디션 땐 눈물이라도 흘려야 할까. 성공을 이룬 뒤에 아직 그러지 못한 사람의 간절함과 열정까지 평가하고 조언하는 것. 어쩌면 겉이 잘 포장된 또 다른 ‘갑질’일지 모른다.
 
윤정민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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