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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치적 리더십은 한·일 모두에게 필요하다

윤설영 도쿄 특파원

윤설영 도쿄 특파원

“일본에선 치즈 닭갈비가 유행하는 등 제3의 한류 붐이 일고 있습니다”
 
9일 오후 도쿄 치요다구 도라노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김대중-오부치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주년 심포지엄에서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총리는 ‘치즈 닭갈비’를 화제로 들고 나왔다. 딱딱할 줄로만 알았던 행사 분위기가 아베 총리 농담 한마디에 부드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아베 총리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 뒤에 나왔다. 아베 총리는 “20년 전 두 지도자의 결의는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양국 간의 다양한 과제를 넘기 위해서는 ‘정치 리더십’에 의한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선 아예 원고도 보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0년 전 공동선언 발표 때 일본 내 여론의 반발이 컸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여론의 압력을 뛰어넘어 책임자로서 대국적 결단을 했기 때문에, 양국은 미래지향적관계로 전진해 나갔다”며 ‘정치 리더십’을 주문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베 총리가 말한 ‘여론의 압력에 휩쓸리지 않는 책임있는 결단’은 누가 봐도 문재인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으로, 꼭 하고 싶었던 말인듯 싶었다. 200명 남짓 모인 소규모 행사였지만 그가 참석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본내에선 위안부 재단 해산이 합의위반이라는 여론이 강하다. 강제징용자에 관한 대법원 판결도 1965년 한일 협정 위반으로 흘러갈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아베 총리의 말대로 외교관계가 어려울수록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것은 맞다. 다만 그건 한국 대통령뿐 아니라 일본의 총리에게도 해당된다.
 
아베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린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편지를 보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군이 관여한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등의 발언은 합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시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20년 전 김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상호 존중하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지도자는 선언 당시에도 “선언만으로 양국관계가 좋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선언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2018년 양국 지도자에게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이 무엇인지 20년 전의 선언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윤설영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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