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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 발전과 일자리 만들 영리병원 왜 막나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綠地)국제병원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고 1년 전에 준공돼 제주도의 병원개설 허가를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의 적폐대상이 되더니 최근 제주도에서 구성된 공론조사위원회가 개원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반대 이유는 투자자들이 병원 수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은 의료 공공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마치 정부가 세금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격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제도상 민간병원을 비영리로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공공성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제 혜택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비영리병원은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긍정적 이미지로 외부의 기부금을 받을 수 있고, 조세제한특례법(제74조) 상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손금(損金)으로 인정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에 대한 수익을 배분할 수 없고, 해산 시 모든 자산은 국가에 귀속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영리병원은 비영리법인이 받는 혜택을 포기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면서 환자에게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국의 법인 병원들은 지금까지 의료법(제33조) 상 비영리로만 인가되고, 국민건강보험(제42조) 상 당연 지정 요양기관이 된다. 따라서 공공성만을 강조하고 시장성을 무시하는 국민건강보험에 완전히 포획돼 있다. 이에 따라 의료산업 자체가 건강보험의 직·간접적인 규제를 받아왔다. 그래서 의료산업은 지난 30년간 건강보험의 그늘에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4차산업 혁명으로 글로벌 의료시장은 원격의료 등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 국민에게 더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으로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가장 큰 우려는 진료비 상승 가능성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기존 병원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인 상황에서 턱없이 높은 진료비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진료비를 받는다고 해도 더 효과적이고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지속적 경영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환자를 항상 받을 수 있고 비급여진료와 함께 일정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비영리병원과 근본적으로 행태가 다르다.
 
영리병원 허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료산업에 첨단 신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관련 분야에 시너지를 일으켜 자본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 확대를 배가시킬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영리병원 도입 접근방법도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하고 건강보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를 완화해준다면 다음 몇 가지 효과가 기대된다.
 
시론 10/10

시론 10/10

첫째,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영리병원 환자는 현재처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만, 본인의 선택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포기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를 받게 된다. 영리병원은 진료비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없으므로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이 된다.
 
둘째, 영리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고유목적사업 적립금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므로 세무당국은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세수를 기금화해 저소득층에 의료비를 지원하거나 건강보험재정으로 돌려 공공성을 키울 수도 있다.
 
셋째, 특수진료나 전문병원 중심으로 영리병원을 허가하면서 내국인의 해외 원정 진료로 인한 외화 낭비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환자에 대해 원가에 기반한  진료비를 받을 수 있게 되면 낮은 건강보험 수가 적용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억제할 수 있다. 넷째, 새로운 전문기술을 보유한 의료인들이 외부자금을 유치해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이 도입된 1990년 18억원이던 건강보험 급여지출은 계속 급증하더니 지난해 52조원을 넘었다. 앞으로 고령화나 소득 증가로 급여비는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고 보험료율도 지속해서 인상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의료시장의 경쟁과 효율을 끌어올리고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2005년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한 이후 허비한 14년으로 시간 낭비는 충분하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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