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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미·중 무역전쟁 불똥, 한국으로 튈 수 있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지난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위챗을 타고 중국 세관이 해외 쇼핑을 단속하는 영상과 사진이 삽시간에 퍼졌다.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중국인들이 짐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고, 가방을 하나하나 열어 검사받고, 면세 한도를 넘는 럭셔리 물품에 대해 거액의 세금을 맞는 모습이었다. 화장품 몇 개가 면세 한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세금 1만7100위안(약 280만원)을 낸 영수증 사진도 올라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귀국한 승객이 대상이고, 한 비행기에서 100명 넘게 걸렸으며, 중국 당국이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해외로 나간 중국인들에게 소비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추측과 소문이 나돌았다.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덕분에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글도 있다. 중국 국영 라디오방송도 단속 강화 현장을 보도했다. 외신은 JP모건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한국을 오가는 다이거우(代購·구매대행)가 주요 타깃”이라고 전했다. 몇 년 동안 한국 유통·소매업계를 괴롭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사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하는 이유는 중국에서보다 가격이 최고 30~40%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세관이 면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가격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중국인의 해외 쇼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인의 해외 쇼핑 면세 한도액은 5000위안(약 75만원)이다. 하지만 그간 세게 단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일본 등지에서 럭셔리 상품을 사 나르는 다이거우가 성행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중국인의 럭셔리 쇼핑 장터가 됐다. 한국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한국 지사도 중국인 덕분에 매출을 올린다. 한국에서 사서 중국으로 건너가는 명품 매출액이 세계 럭셔리 시장 규모의 1.5%에 이른다니 제법 큰 시장이다. 그만큼 중국 정책에 피해를 입기도 쉽다. 당장 세관 단속 소식이 알려지자 글로벌 럭셔리 업체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9일 구찌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 그룹 주가는 1일보다 11%, LVMH 그룹은 8% 내렸다. 로레알은 4.6%, 에스티로더는 3.9%, 시세이도는 9.2% 내렸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17.2% 떨어졌다. 하락 폭이 글로벌 럭셔리 업체보다 크다.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세관 단속 강화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중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해외 소비를 본국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내수 확대 전략이 현실화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는 한국이다. 아모레퍼시픽 사례가 말해 준다. 중국만 바라보는 관광·유통 정책이 왜 하루빨리 바뀌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튀어 대형화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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