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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안 되는 택시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20년 전쯤 도쿄의 한국 주재원 사이에 ‘전설’ 같은 얘기가 있었다. 도쿄 인근 나리타 공항에 내린 A씨가 호기 있게 택시를 잡곤 “도쿄 신주쿠까지!”를 외쳤다고 한다. 1시간 정도 거리라 해서 얕봤던 것이다. 택시요금은 고속도로 통행료 포함, 3만 엔(약 30만원). 전차 요금(1만2000원)의 25배였다.
 
일본의 택시요금은 살인적이다. 최근 기본요금을 낮추긴 했지만, 이후 올라가는 요금 체계를 고려하면 그게 그거다. 2㎞ 이상 가는 손님은 오히려 비싸졌다. 그래도 승객 만족도는 최상이다. 도쿄에선 택시를 탈 때마다 시각(청결함)·후각(좋은 냄새)·청각(경적·휴대전화 등 소음 없음)의 호사를 누린다. 지난해 별세한 MK택시 창업자 유봉식 회장을 생전에 만났을 때 들은 얘기다. “늦은 밤 여성 고객이 하차하면 걸어가는 골목길을 전조등으로 비춰 줍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공짜로 비닐우산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저 XX가 모시겠습니다’ ‘OO로 가시는 게 맞는지요?’ ‘잊으신 물건은 없으신지요?’ ‘승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의 네 가지 인사 중 하나만 빼먹어도 그 기사는 현업에서 빼 재교육을 시킵니다.” 도쿄의 택시엔 이런 아날로그적 만족감이 있다.
 
워싱턴DC의 택시요금 또한 장난이 아니다. 기본요금 거리는 불과 201m. 3.5달러(약 4000원)다. 트렁크에 짐을 실으면 50센트, 승차 인원이 1명 늘어날 때마다 1달러씩 더 받는다. 세금과 팁을 더하면 ‘잠깐’ 택시를 타도 10달러, 20달러는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우버·리프트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 솔직히 일반 택시보다 훨씬 싸고 서비스도 낫다. 우버 택시, 리프트 택시는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차를 탈 수 있다. 또 차량을 신청하면 배당된 운전기사에 대한 그동안의 고객 평점이 바로 점수로 뜬다. 난 5점 만점에 4점 미만이면 바로 취소한다.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저장해 두면 기사가 맞춤형 음악 제공 서비스까지 해준다. 최근에는 생수 제공 서비스까지 받고 깜짝 놀랐다. 척박했던 미국의 서비스 문화에서 그동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택시 서비스도 크게 향상됐다. 경쟁은 경쟁력을 낳는 법. 워싱턴의 택시엔 디지털적 편리함이 있다.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릴 채비다. 5년 넘게 동결됐었다니 당연히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단번에 33.3%를 올리려 하니 승객들은 충격이고, 올려 달라는 택시 업계는 억울하다. 조금씩 미리 반영했으면 됐을 일이다. 눈앞의 선거와 표를 의식했던 정치적 행정가들이 문제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그렇다고 과연 우리가 나은 서비스를 누리고 있느냐다. 서비스 제공자인 택시기사의 생존권과 서비스 이용자인 승객의 선택권은 둘 다 중요하다. 상생과 공존의 지혜는 필수적이다.
 
다만 전 세계적 대세로 굳어져 가는 4차 경제, 공유경제의 흐름에 무조건 “우버도, 카카오 카풀도 안 돼”라 틀어막는 게 옳을까. 그건 규제를 넘어선 통제다. 다른 선진국이라고 왜 반발이 없었겠는가. 선(先) 진입, 후(後) 규제를 통해 혁신의 기회는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그들의 유연함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물과 기름이던 도요타와 손정의가 손잡고 ‘일본판 우버’를 만들고, GM은 로봇택시를 내년부터 하겠다고 나서는 시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하나. 우리도 이제 도쿄의 아날로그적 만족감, 워싱턴의 디지털적 편리함 중 하나라도 좀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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