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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글의 두 모습 … 방탄소년단은 세계화, 안방에선 황폐화

어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한글날 572돌을 맞아 처음으로 세종대왕상 앞에서 경축식이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총리는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을 극찬했다. 이 총리는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의 한글 노랫말을 받아적고 따라 부른다”며 “한류와 한글 확산에 기여한 젊은이들에게 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 총리 언급대로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니다. 세계 10대 실용 언어 반열에 들었고, 지구촌 곳곳에 한글 배우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07년 3개국 13곳에서 문을 연 한글학교인 세종학당이 현재 57개국 174곳으로 늘어난 게 그 방증이다. 터키 등 한글을 제2외국어로 채택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과학적 음운체계를 갖춘 본연의 우수성에다 K팝을 중심으로 한류 확산이 더해진 덕분이다. 방탄소년단이 공연한 뉴욕 시티필드 스타디움에선 수만 명이 한글 가사를 흥얼거렸고, 지하철역에는 한글 안내문이 붙었다. 얼마나 벅찬 일인가.
 
이런 우리말이 정작 안방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는지 돌아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정체불명의 신조어와 줄임말, 은어가 일상생활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범람한다. 낫닝겐(난 인간이 아니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 헤아릴 수 없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언어적 유희나 디지털 시대의 문화 전이 과정으로 치부할 단계가 지났다. 한글 황폐화와 파괴 범위가 너무 광대하다.
 
세계가 인정한 우리말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민이 폄훼해서는 안 된다. 한글 캘리그라피만 보더라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부심을 갖고 우수성을 살려야 한다. 한글날에만 반짝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그래야 한글이 세계 언어가 된다. 아름다운 말과 글은 국민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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