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임원 임기 3년 대기업 구조론 신약 개발 어려워”

서울 마포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무실 입구에는 연구비를 지원받는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및 대학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묵현상 단장은 ’900여 명의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3단계 심사를 거쳐 매년 33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빨간 꽃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서울 마포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무실 입구에는 연구비를 지원받는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및 대학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묵현상 단장은 ’900여 명의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3단계 심사를 거쳐 매년 33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빨간 꽃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삼보컴퓨터 부사장 출신 IT 전문가가 공모직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으로 일하는 사연이 궁금했다. 묵현상(59)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이하 사업단) 얘기다. 2016년 12월부터 사업단장을 맡은 그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IT 기업을 거쳐 온라인 증권사(겟모어증권)를 설립했던 그는 2006년 바이오 벤처 메디프론을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사업단 사무실에서 묵 단장을 만났다.
 
그는 “2011년 출범한 사업단이 그동안 지원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며 “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 15억 5000만원을 지원받은 JW중외제약은 지난달 아토피 피부염 치료 신약 물질을 다국적 제약사에 수출했다” 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로부터 신약 승인 및 판매 개시 절차에 따라 최대 4억200만 달러(약 4574억원)를 기술료로 받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3개 부처가 합동으로 만든 사업단은 매년 정부 예산 330억원을 3단계 심사에 통과한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에 지원한다. 기술 수출에 성공할 경우 지원금의 20%를 환수한다.
 
쌀가게에서나 쓸 법한 굵직한 노트를 꺼내 든 묵 단장은 “신약 개발보단 의약품 유통 시장을 선점해야 국내 제약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1위 제약사 행루이는 세계 제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80명을 파견해 독자적인 유통로를 만들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 중에선 단 한 곳도 유통 전담 조직을 둔 곳이 없다”며 “일본 제약사가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1985년을 기점으로 미국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묵 단장은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 이후 한국 선수들의 LPGA 진출이 줄을 이었듯 제약 업계에서도 첫 박세리 기업이 등장한다면 한국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도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기업과 바이오 벤처를 거친 묵 단장은 “아마존의 제약 유통 시장 진입은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 벤처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마존만 뚫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메이드 인 코리아 의약품을 미국 시장에 내다 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은 올해 6월 온라인 약국 필팩을 10억 달러(1조1380억원)에 인수했다. 필팩은 의약품 택배 서비스다.
 
인터뷰는 올해 노벨과학상과 신약으로 옮겨갔다. 올해 노벨상은 면역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만드는 데 공헌한 기초 기술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휴미라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2002년 선보인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휴미라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184억2700만 달러(20조9699억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처방 약으로 꼽힌다. 휴미라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묵 단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 기술이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 기술이전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중 세 번째로 출시된 제품이에요. 꾸준히 노력한 3등이 1등으로 올라선 경우에요.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는데 펜(pen) 타입으로 개발한 휴미라는 환자가 집에서 혼자 주사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개인병원 의사들이 처방을 많이 했어요. 치료할 수 있는 적응증도 꾸준히 늘려서 류머티스성 관절염에서 시작해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 질환)과 건선(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 등 20개 이상으로 늘렸어요. 그만큼 충족되지 못한 의학적 수요에 집중한 것이죠.”
 
묵 단장은 “세계적인 제약사는 면역 항암제와 치매·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방암 등 암세포 변이가 많은 암을 제외하고는 90% 이상은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묵 단장은 “바이오 제약 산업의 특징을 보여주겠다”며 파워포인트 자료를 출력했다. 포천 500대 기업 중 순이익 기준으로 25개 기업을 정리한 표였다. 그는 “순이익 기준 상위 10개 기업에 화이자·존슨앤드존슨·길리어드·로슈 등 4개 다국적 제약사가 포함된다”며 “순이익률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순위가 달라진다.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화이자·암젠이 1위부터 3위를 차지하는데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남는 게 바이오 제약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신약 후보 물질이 의약품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신약 후보 물질은 900개 중 200개는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제약 시장 규모의 한계와 생산 공장 부족 등으로 물질이 의약품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와 CJ그룹 등 자본력이 충분한 국내 대기업들의 제약 시장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까닭이 궁금했다. 묵 단장의 대답은 이랬다.
 
“3년 임기로 담당 임원이 바뀌는 대기업 구조상 신약 개발은 어려워요. 임원 임기 3년은 IT 등 제조업에는 맞지만 10년 이상이 필요한 신약 개발에는 맞지 않는 옷이에요. 3년이면 임상 1상도 끝내기 어려운 시간이에요.”
 
묵 단장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 요소로 ‘실패’를 꼽았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임원 회의에 우연히 들어간 적이 있어요. 한 프로젝트 리더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를 중단하자고 주장하던 게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그날 회의에서 그 리더가 가장 큰 박수를 받았어요. ‘다른 프로젝트로 가야 한다’고 했던 그 리더가 회사를 떠날 줄 알았는데 몇 달 후에 보니 그 사람이 다른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있더라고요. 100년 넘은 다국적 제약사는 모두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가 내재해 있어요. 그게 그 회사의 힘이에요.”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