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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연인들

연인들        
-옥타비오 파스(1914~1998)  
  
시아침 10/09

시아침 10/09

풀밭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밀감을 먹는다, 입술을 나눈다
파도와 파도가 거품을 나누듯이.
 
해변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레몬을 먹는다, 입술을 나눈다
구름과 구름이 거품을 나누듯이.
 
땅 밑에 누워서
처녀 하나, 총각 하나
말이 없다, 입맞춤이 없다
침묵과 침묵을 나눈다.
 
 
연인들은 풀밭에서 밀감을 먹으며, 그리고 해변에서 레몬을 먹으며, 키스한다.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에 이들은 유명을 달리한 것 같다. 처녀는 처녀인 채로, 총각은 총각인 채로 땅에 묻혀 있다. '침묵'은 사랑의 찬란 속에 이미 '거품'으로 암시되었던 듯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침묵은 영원의 다른 말,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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