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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아기 원숭이에게 '천적' 뱀 들이대는 대한민국 동물원

10위권 경제대국의 동물원 실태 
 
직원 한 명이 아기 일본원숭이를 품에 안았다. 또 다른 직원은 길이 2~3m 비단뱀을 목에 두르고 옆에 섰다. 비단뱀 머리를 갑자기 원숭이에게 들이대자 원숭이는 소스라치며 끽끽거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이하 어웨어)가 지난 5월 영남 지역의 한 실내 체험 동물원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동영상 joongang.joins.com) 1인당 소득 3만 달러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아기 원숭이가 천적인 뱀을 직접 본 적은 없겠지만, 잡아먹힐 수 있다는 본능적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천적을 코앞에 들이미는 것 같은 심각한 동물 학대는 동물원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대전 동물원에서의 퓨마 탈출과 사살 사건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동물원 폐지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과연 실태는 어떨까. 전국에 산재한 소형 ‘체험 동물원’이 문제였다. 대체로 실내 좁은 공간에 동물을 놓고 먹이를 주거나 만져볼 수 있게 한 곳이다. 일부는 야생동물들이 번식할 정도로 관리를 잘했지만, 대부분 ‘학대’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동물을 마구 다뤘고 환경은 열악했다.
 
좁은 컨테이너 안에 전시된 체험 동물원의 사자. 타일 바닥도 야생동물에겐 지내기 괴로운 환경이다.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좁은 컨테이너 안에 전시된 체험 동물원의 사자. 타일 바닥도 야생동물에겐 지내기 괴로운 환경이다.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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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동물원의 실태는 어웨어가 올해 전국 20곳을 조사한 결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곳을 1~3번 방문해 조사한 내용이다. 경기도의 한 동물원은 사자를 4~5평 컨테이너 안에 넣어 전시했다. 현행 규정상 사자를 기르기 위한 최소 면적(14㎡, 4.3평)에 맞춘 듯했다. 한국의 야생동물 사육 최소 면적 기준은 사자ㆍ호랑이가 1마리 14㎡, 퓨마는 8.4㎡(2.5평)이다. 사자 우리의 바닥은 목욕탕 같은 타일이었다. 어웨어 측은 “편하게 물청소를 하려고 타일을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자에겐 불편하기 그지없다. 바닥이 미끄러워 움직이기 힘들다. 야생 습성에 따라 발톱을 긁어댈 곳도 없다. 고양이와 족제빗과의 페럿을 작은 새장 안에 넣어놓은 동물원도 있었다. 새장이나 작은 철창 안의 동물들은 움직일 공간이 부족해 거의 잠만 자다시피 했다.  
 
긴코너구리라고도 불리는 코아티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긴코너구리라고도 불리는 코아티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관람객의 먹이주기도 때론 학대가 된다. 온종일 먹이를 받아먹은 동물들은 비만에 걸리기 일쑤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벌레를 먹는 사막여우에게 당근 썬 것을 내미는 일도 흔하다. 이를 받아먹은 사막여우가 소화를 시키지 못해 설사하는 일이 종종 목격된다.
 
카나리아 같은 작은 새들은 먹이 때문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 지난 5일 경기도의 A 체험동물원에서는 직원이 관람 통로에 내려앉은 카나리아를 부지런히 쫓아 날렸다. 관람객이 흘린 모이를 주워 먹으려고 내려앉은 카나리아들이다. 직원은 “손님에게 밟혀 새들이 죽거나 크게 다치곤 한다”고 말했다.
 
긴코너구리라고도 불리는 코아티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긴코너구리라고도 불리는 코아티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동물들을 만지는 ‘터치 체험’도 문제다. 대부분 체험 동물원은 토끼ㆍ햄스터ㆍ원숭이를 비롯해 뱀ㆍ이구아나 같은 파충류까지 만져볼 수 있게 한다. 동물과의 교감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야생동물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체온이 변하는 파충류에겐 더욱 그렇다.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는 “관람객이 몰리는 봄ㆍ가을 주말이면 체험 동물원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며 “그래서 한때 월요일이면 폐사한 동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체험 동물원의 월요일을 ‘블랙 먼데이’라 부르는 동물 보호 운동가들도 있다.
 
부적절한 환경과 학대, 그리고 만지기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체험동물원 동물 상당수가 털이 빠지는 등 병을 앓았다. 어웨어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곳 중 70%인 14곳에서 상처를 입었거나 병에 걸린 것 같은 동물들이 발견됐다. 앵무새가 스스로 깃털을 뽑는 동물원도 있었다. 강원대 황주선 박사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이상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체험동물원 전시장의 철판 위에서 잠이 든 사막여우. 권혁주 기자

체험동물원 전시장의 철판 위에서 잠이 든 사막여우. 권혁주 기자

 
터치 활동은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어린이는 물릴 위험이 있다. 올 5월 경기도의 실내 체험 동물원에서 두 살 아기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다 손가락을 물려 10바늘을 꿰맸다. 서울대 수의학과 이항 교수는 “세균 감염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파충류와 양서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을 몸에 지니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7만4000명이 파충류ㆍ양서류를 통해 살모넬라균에 감염된다. 이항 교수는 또 “체험 동물원에서는 야생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기 때문에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스ㆍ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대표적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동물원에서 동물이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사람에게 감염 우려가 있어도 별다른 제재는 없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다. 아예 등록하지 않지 않는 곳도 상당수다. 어웨어가 현장 조사한 20곳 중에는 1곳만 등록을 않았지만, 전국 95개 체험 동물원 중에는 37개소(39%)가 미등록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등록하지 않아도 최고 500만원 벌금을 한 번 낼 뿐, 그 이상의 제재나 불이익은 없다.
 
미등록 업체는 등록 동물원보다 상황이 훨씬 열악할 것으로 동물 보호 운동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아예 등록 대상이 아닌 야생동물 카페는 라쿤의 송곳니를 빼기도 한다. ‘고객의 안전을 위해서’다. 지난해 녹색당이 음료를 팔면서 동물을 전시한 동물 카페들을 현장 파악한 내용이다.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의 마승애 대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관람객 안전과 동물 복지 실태를 점검ㆍ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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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