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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중국발 가짜뉴스를 믿는 대가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요즈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해진 중국인은 판빙빙(范氷氷)일 것이다. 미모의 톱배우가 100여 일간 행방이 묘연했으니 뉴스거리임엔 틀림없지만 TV 메인뉴스를 포함해 연일 주요 기사로 다룬 건 한국이 유일했다. 그중에는 판이 탈세 혐의로 격리 조사를 받고 있다는 ‘팩트’도 있었지만 대중은 밋밋한 진실보다는 권력자와의 불륜관계와 결부시킨 납치·감금·사망설을 더 신봉했다. 자극적인 것에 솔깃한 심리에다 “중국은 그러고도 남을 나라”라는 막연한 추정까지 겹친 결과다. 중국 당국의 수사 결과 발표를 전한 한 국내 기사의 제목은 ‘판빙빙 살아 있었다’였다. 정작 대다수 중국인은 신빙성을 두지 않던 ‘찌라시’ 뉴스가 한국선 사실처럼 유포된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친손자 마오신위(毛新宇)도 올해 한국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케이스다. 지난 4월 북한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희생된 중국인 32명 가운데 마오신위가 포함돼 있으나 중국 당국이 쉬쉬하고 있다는 풍문이 한국 언론을 타고 유포됐다. 만약 사실이라면 6·25 때 전사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에 이어 마오의 손자까지 모두 북한 땅에 뼈를 묻었다는 얘기가 된다. 필자는 수소문 끝에 마오신위의 대학 동창을 찾아내고 비서와 연락해 그 소문이 거짓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팩트’를 전한 기사는 포털사이트의 뉴스 배치에서 마오 일가의 기구한 운명을 사실처럼 전한 페이크 뉴스의 물결에 파묻히고 말았다.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은퇴선언을 두고서도 한국에선 시진핑(習近平) 정권과의 불화 끝에 외압으로 물러난다는 소문이 정설로 퍼졌다. 하지만 이는 마윈이 수년 전부터 후계자에게 권한을 떼어주며 경영 승계를 준비해 왔다는 점, 마윈은 시진핑 정부와 협조적 관계였지 갈등을 빚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간과한 것이다. 뉴욕 증시의 알리바바 주가가 마윈의 발표에 출렁이지 않은 것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공산당 외압설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국발 뉴스에는 온갖 소문이 따라붙는다. 언론 자유가 없고 인신 구속 절차가 엄정하지 못한 환경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음모론이 확대재생산되는 건 중국 탓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정치권력과 연관 지어 해석하고, 시간 지나보니 그런 해석이 맞더라는 경험 때문에 한국 사회는 음모론이 발붙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 악의로, 혹은 재미로 만들어낸 중국발 페이크 뉴스까지 한국에서 활개 친다. ‘아니면 말고’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중국발 가짜뉴스에 미혹되는 사이에 정작 알아야 할 중국의 참모습과 진짜뉴스를 놓친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중국발 뉴스를 최일선서 전하는 필자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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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