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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새 질서 → 동북아 냉전 종식’ 발언 주목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어제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새 질서를 언급한 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무회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에 다녀온 폼페이오와의 면담 내용에 토대를 뒀을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확히 어떤 사실에 근거한 예측인지는 모르나 그간 한반도를 짓눌러온 냉전체제가 허물어진다면 이보다 반가운 일은 없다. 1989년 날벼락처럼 찾아온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은 전 세계에 평화공존의 시대를 가져왔지만, 불행히도 한반도만은 예외였다. 굳건한 김정일 독재체제는 흔들릴 줄 몰랐고, 남북 분단을 자기 국익에 이용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으로 새로운 냉전체제가 동북아를 지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불이익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었다. 1990년대 이래 거의 모든 정권이 추진하던 북방정책이 실패한 것도 낡은 냉전체제 때문이었다. 이런 불행이 앞으로 말끔히 걷힐 수 있다는 메시지는 그래서 신선하고 반갑다. 이제라도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동북아 냉전체제 종식으로 이어지게 애써야 할 것이다.
 
이런 희망을 품게 만든 계기는 이번에 이뤄진 북·미 간 관계개선 움직임이다. 해묵은 양측 간 갈등이 풀려야 동북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지난 7일 이뤄진 폼페이오의 네 번째 방북에서 북·미가 핵 사찰단의 북한 방문을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미사일 엔진실험장을 찾아간 국제사찰단에 의해 불가역적 폐기가 확인되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믿음이 개선될 게 분명하다. 이럴 경우 비핵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북·미 간 신뢰 부족이 크게 해소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탄력이 붙게 된다.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 때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장소와 날짜를 위한 선택지들을 구체화했다”는 미 국무부의 발표도 반가운 일이다. 사실이라면 시기와 장소 등 세부사항과 관련된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는 얘기인 까닭이다.
 
다만 핵 사찰단이 풍계리만 조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수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북한은 이미 충분한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까지 개발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성능 개선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쪽에 이동발사가 가능한 핵폭탄을 쌓아놓고 쓸모없어진 핵실험장과 미사일 실험장만 사찰하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듯 사찰단이 원하면 어느 곳, 어느 때든 조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진정한 신뢰가 생길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대담하면서도 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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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