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3개 있지만 기름양 측정용”
화재 초기 소화장비 가동했지만
날아간 뚜껑에 맞아 엉뚱한 곳 분사
탱크·휘발유 43억원 재산 피해
임철근 대한송유관공사 설비감사팀장은 “CCTV 확인 결과 폼액으로 불길이 어느 정도 잡혔는데 폭발과 함께 날아간 뚜껑이 소화 장비를 건드리면서 방향을 트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폼을 쐈다. 그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소방설비 전문업체 관계자는 “표면주입방식(탱크 위쪽에 설치돼 벽면을 따라 투입하는 것)은 뚜껑이 폭발할 경우 장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대형 탱크 등에는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화재가 난 탱크에는 통상 ‘표면하 투입방식’(화재 시 탱크 밖에서 안쪽으로 쏘는 장치)을 설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용 절감과 관리 편의성을 이유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장비를 설치한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소방청 관계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경기 고양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인근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스리랑카인 A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임현동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0/09/640751b1-b49f-41bb-a7f5-b44b7259f098.jpg)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소방청 관계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경기 고양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인근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스리랑카인 A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임현동 기자]
공사 관계자는 “3개의 센서가 설치돼 있으며 이들 모두 탱크 내 기름의 양을 측정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화재 발생 시 기온 상승 등의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는 확인을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보음 작동에도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상기온이 발생 시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경보음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당시 그 기능이 작동했는지 여부는조사중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저유소 옥외 탱크 1기가 불에 타고 휘발유 약 266만3000L가 연소해 43억4951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저유소 화재로 7일 종일 검은 연기가 서울 서북쪽 하늘을 덮었지만, 서울 상공의 오염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화재가 났던 7일 오후 6시 은평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마포구는 9㎍이었다. 화재 발생 시점인 오전 10시50분과 비교해도 오염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7일 하루 평균치도 은평구가 13㎍, 마포구가 14㎍으로 지난해 10월 은평구 월평균치 14㎍, 마포구는 17㎍보다 낮았다. 8일에도 오전 7시까지 은평구는 9~11㎍, 마포구는 5~11㎍ 수준을 보였다.
고양=전익진·임명수,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ijje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