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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수당 10분 단위로 받고, 자기 근무표 스스로 짠다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지 8일로 100일이 됐다. 야근이 줄고, 회식이 점심으로 옮겨가는 등 주 52시간제는 새로운 직장 상(像)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의 대응은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드라이브와 고유한 기업문화가 엮이면서 차별화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워크 다이어트’는 크게 봐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신세계, 한화큐셀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근무하는 이모 프로(부장급)는 요즘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근무시간이 자동 계산된다. 근무 외 시간을 체크하는 것은 자기 판단에 맡긴다. 가령 담배를 피우러 다녀왔다면 스스로 노트북에 ‘개인 휴식’으로 입력한다. 이 프로는 “휴식은 보통 하루 30분 정도”라며 “이렇게 차 떼고, 포 떼면 한 달에 2~3시간가량 초과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수당 체계는 더 세밀해졌다. 주 44시간을 넘으면 10분 단위로 초과근무수당이 지급된다. 같은 회사의 엔지니어인 김모 프로는 “과거엔 2시간 단위로 근무 신청을 했다”며 “(10분 단위로 바뀌면서) 이제 불필요한 야근도 줄었고, 보상도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신세계는 더 강력하다. 이마트는 올 7월부터 기존보다 1시간 앞당긴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다. 신세계백화점 주요 점포도 영업시간을 30분 줄였다. 이 회사는 올 1월부터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는 ‘주 35시간제’를 대기업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7월부터는 현장으로 근무시간 단축을 확대한 것이다.
 
임금은 유지하는 대신 업무 효율성 향상에 포커스를 맞춘 게 신세계 식(式) 35시간제의 특징이다. 하루 두 차례 3시간 30분간 ‘집중근무’, 오후 5시 30분엔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셧다운’ 등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좋은 인재가 찾는 회사를 강조하는데, 그 중심에는 일하는 문화의 혁신이 있다”며 “주 35시간제를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후속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올 4월부터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이라는 타이틀로 자율적 선택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2주 단위로 80시간 범위 안에서 자신의 근무 계획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다. 대개는 오전 9~10시에 출근해 9시간 일하는 게 보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행한 지 6개월 됐는데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업무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한화큐셀은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 확대라는 정책 취지가 반영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덜 일 하고 더 뽑는’ 변화를 선택했다. 올 4월부터 기존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로 생산 시스템을 바꿨다. 주당 근무시간은 56시간에서 42시간으로 줄었다. 대신 인력 500여 명을 새로 채용해 한화큐셀의 임직원은 2100명으로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2월 충북 진천에 있는 이 회사 공장을 방문해 “한화큐셀을 업어드리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다만 얇아진 월급봉투가 불만거리가 됐다. 직원 이모씨는 “(회사에선) 이전 급여의 90%쯤 될 거라고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갑자기 월급이 줄어드니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근로시간은 4분의 1가량 줄었지만, 지난달 추가로 기본급을 3% 인상해 기존 임금이 최대한 보존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고 기업문화와 조화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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