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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답정너 수사” 검찰 비판

김태규

김태규

검찰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를 놓고 현직 판사가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답이 정해진 수사가 아니냐”는 직설적인 어조가 담겼다.
 
김태규(51·사법연수원 28기·사진)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8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검찰에 대한 부탁과 법원의 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한 법원 사무관이 검찰에 오후 2시에 소환돼 10시까지 동일한 내용의 질문만 계속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검찰 수사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적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들 간 압수수색영장 기각을 놓고 문자 메시지 등으로 서로 ‘핑퐁 게임’을 벌인 적은 있지만 현직 판사가 검찰을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부장판사는 “혹여 이번 수사가 검찰 조직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법원에 대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잘못된 목적의식 등에 따른 수사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올 초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 때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측을 비판해왔다. 지난 1월 김 대법원장이 꾸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향해 “영장 없이 법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을 코트넷에 올리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의 이날 글은 최근 들어 전·현직 법관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잇따르는 데 대한 법원 내부의 불만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에 소환된 판사들만 100명이 넘는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불러놓고 같은 질문만 계속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고발사건을 3차장 산하 특수1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들어서는 특수 1·2·3·4부 인력(약 30명)뿐 아니라 방위사업수사부, 형사부 소속 인력을 투입하고, 대검 연구관(6명)까지 추가로 파견받았다. 한 재경 지검 검사는 “재판거래 수사팀 인원이 검사만 7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검찰 관계자는 “애초 수사를 올해 안에 끝내려는 생각이었지만, 법원에서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계속 기각하면서 수사가 더뎌지고 있다”며 “내년까지 수사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주거지 압수수색영장이 두 번째로 기각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만 법원은 신모 평택지원 부장판사의 사무실에 대해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신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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