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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같은 속옷은 그만, 내가 편해야 아름답다

현실적인 체형의 모델들이 등장하는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광고. 포토샵 등 사진 보정도 없다.

현실적인 체형의 모델들이 등장하는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광고. 포토샵 등 사진 보정도 없다.

“편안해도 당신은 아름다워요.”
 
배우 이하늬가 등장하는 속옷 브랜드 비너스의 올해 가을 광고 캠페인이다. 기존 볼륨감 있는 바디 라인을 강조하던 광고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중성적인 블랙 재킷을 입고 등장한 모델은 브라의 기능에 대한 설명 대신 “편안함을 포기하면서 아름다워지는 건 날 위한 게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지난 9월 14일 신규 론칭한 속옷 브랜드 ‘비브비브’ 광고에는 모두 다른 체형의 모델 세 명이 나온다. 매끈하고 볼륨감 있는 몸매의 모델 대신 마르고 작은 모델, 키가 큰 모델, 일반적 신체 사이즈의 모델 셋이 브라와 팬티를 입고 가볍게 춤을 추며 등장한다. 비브비브의 이상빈 기획자는 “마네킹 같은 완벽한 몸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비브비브의 광고는 모델의 몸매를 보정하지 않고 촬영한 그대로를 광고로 내보냈다.
 
여성 속옷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광고뿐만 아니라 제품의 명칭도 변화하고 있다. 비비안은 올가을 신제품으로 착용감을 중시하는 ‘리얼 마이 핏(real my fit) 브라’를 출시했다. 과거 비비안의 메인 브라 명칭을 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2013년 하반기에는 ‘볼륨 키퍼 브라’를, 2015년 하반기에는 ‘스위트 볼륨 브라’를 내놨다. 2016년부터는 가장 아름다운 핏(fit)은 내 안에 있다는 의미의 ‘헬로우, 마이 핏(hello, my fit)’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헬로핏 브라’를 출시했다.
 
매출도 변화하고 있다. ‘브라렛’이 대표적이다. 브라렛은 기존 브라와 달리 와이어가 없고 보정 패드를 최소화된 디자인으로 가슴 압박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비비안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브라렛의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약 40여 개의 속옷 브랜드가 모여있는 신세계 백화점의 속옷 편집 매장 엘라코닉은 아예 매대의 90%이상을 노와이어 브라로 채웠다. 와이어 없는 브라를 시장에 안착시킨 유니클로 역시 지속적으로 와이어리스 브라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에 따르면 와이어리스 브라의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속옷 트렌드는 국내뿐만이 아니다. 섹시한 속옷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매년 화려한 란제리 쇼를 선보이던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7월 7일 발표된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미국과 캐나다의 1200개 매장에서만 6%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2017년 기준 지난 5년간 시장 점유율이 2% 떨어져 28.8%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속옷 브랜드 ‘에어리’는 2.3%로 점유율이 올랐다”고 비교했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메리카 이글 아웃피터스의 속옷 브랜드인 에어리는 섹시한 속옷 보다는 편안한 착용감의 속옷을 추구한다. 광고에 일반인 모델을 등장시키고 포토샵 보정을 거부하는 전략과 함께 2014년부터는 브랜드 이름(Aerie)과 ‘현실(real)’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해시태그(#aeriereal)로 현실 몸매를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비현실적인 몸매의 모델 대신 다양한 인종·체형의 일반인 모델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실제로 ‘자기 몸 긍정 주의’는 최근 속옷 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비비안 디자인실 강지영 팀장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자연스러움과 당당함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인식변화가 속옷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너스 마케팅실 조종환 부장은 “여성의 꾸밈 노동을 거부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따라 획일적인 미(美)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나의 편안함을 최우선시하는 여성들의 변화된 가치관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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