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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판사, 내부통신망 통해 검찰 비판 “답정너 수사냐”

검찰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를 놓고 법원에 몸 담은 판사가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답이 정해진 수사가 아니냐”는 직설적인 어조가 담겼다.  
 
8일 김태규(51ㆍ사법연수원 28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검찰에 대한 부탁과 법원의 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한 법원 사무관이 검찰에 오후 2시에 소환돼 10시까지 동일한 내용의 질문만 계속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검찰 수사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적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총 5명) 간 압수수색영장 기각을 놓고 문자 메시지 등으로 서로 ‘핑퐁 게임’을 벌인 적은 있지만, 현직 판사가 검찰을 성토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 부장판사는 “‘검사는 불러서 조지고, 판사는 미뤄서 조진다’는 말이 있다”며 “혹여 이번 수사가 검찰 조직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법원에 대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잘못된 목적의식 등에 따른 수사가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 법원 우위 점하기 위한 수사 않길" 
김 부장판사는 올 초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 때부터 김명수(59ㆍ연수원 15기) 대법원장 측을 줄곧 비판해온 인사다. 지난 1월 김 대법원장이 꾸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향해 “영장 없이 법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을 코트넷에 올리기도 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5일 부산지법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5일 부산지법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확히 따지면 검찰은 행정부에 속한 준사법기관이 맞다”며 “행정부가 사법부를 수사하는 일이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법원은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놓고 서로 인해전술로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기존 특수 1ㆍ2ㆍ3ㆍ4부 인력(약 30명)뿐 아니라 방위사업수사부, 형사부 소속 인력까지 투입하며 법원의 영장 기각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대검 연구관(6명)까지 추가로 파견받은 상태다. 한 재경 지검 검사는 “재판거래 수사팀 인원이 검사만 70명 정도”라고 말했다. 법원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검찰 출신의 명재권(51ㆍ27기) 부장판사를 영장전담재판부에 배치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임민성(47ㆍ28기) 부장판사를 추가로 영장 전담 판사로 선임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5명까지 늘어난 일 역시 전례가 없다.
 
검찰-법원, 인해전술 전략으로 서로 맞서 
법원은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주거지 압수수색영장을 두 번째로 기각했다. 이언학 부장판사가 “주거ㆍ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하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수사팀은 최근 양 전 원장의 주거지가 바뀐 사실을 알고 두번째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재차 기각당했다.
 
다만 법원은 신현일(47ㆍ연수원 29기) 평택지원 부장판사의 사무실에 대해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3~201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며 '원세훈 대선개입' 항소심 판결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수사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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