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재난 문자로 끝?…저유소 화재에 놀란 시민들 "행동지침 알려달라"

고양시청과 마포구청에서 동시에 재난 알림 문자를 받은 한 시민의 휴대전화 캡쳐 화면 [사진 이영주씨 제공]

고양시청과 마포구청에서 동시에 재난 알림 문자를 받은 한 시민의 휴대전화 캡쳐 화면 [사진 이영주씨 제공]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박모 (41)씨는 7일 오후 12시34분 고양시청으로부터 재난 알림 문자를 받았다. 덕양구 저유소 기름탱크 화재가 발생한 뒤 도착한 메시지에는 화전동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유의바랍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박씨는 8일 "연기가 아파트 단지 쪽으로 몰려와 걱정되는데 '안전에 유의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외출은 가능한 것인지,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인지, 어떤 증상을 느끼면 병원에 가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자를 받은 뒤 답답해 고양시청과 덕양구청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도 살펴봤지만 구체적인 대처 요령은 나와 있지 않았다. 박씨는 "이런 문자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모습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모호한 당부만 보내는 대응에 솔직히 만족할 순 없었다"고 했다. 
 
휘발유 266만3000L가 연소하며 17시간 만에 진화된 고양시 저유소 화재에 대응해 고양시와 덕양구청은 물론 인근 마포구청 등에서 신속한 재난 알림 문자를 전송한 것이 화제다. 지진이나 태풍과 달리 정부가 화재에 알림 문자를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에 만족감을 표하는 시민들이 상당했다. 7일 오후 강변북로를 운전하고 있던 유미진(28)씨는 "운전을 하다 연기를 봤고 조금 후 문자를 받았다"며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고양시와 그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고양시 화전동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연기는 치솟는 상황에서 모호한 문구가 담긴 문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문자만 보내면 '내 책임은 다했다'고 생각할까 걱정이 든다"고 했다. 

 
7일 밤 경기도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계속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이날 오전 11시쯤 발생한 화재는 휘발유를 다른 탱크로 빼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8일 새벽 완전히 진화됐다. [연합뉴스]

7일 밤 경기도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계속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이날 오전 11시쯤 발생한 화재는 휘발유를 다른 탱크로 빼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8일 새벽 완전히 진화됐다. [연합뉴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강태영(31)씨는 "문자를 받은 뒤 외출했던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 답답했다"고 전했다. 실제 고양시청과 덕양구청 홈페이지에서 화재 발생 시 대응 요령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지진이나 태풍과 달리 화재에 대한 정부 대응이 모호한 이유로 화재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화재는 소방관이 처리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으니 시민은 물론 공무원까지도 관련 지식이 부족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른다는 것이다.
 
경기도 소방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이 공무원과 시민들에게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번 화재처럼 불완전 연소를 통해 발생한 유해 가스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모르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모호한) 문자가 나간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재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전반적인 정부 체계가 매우 엉성한 상황"이라 말했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재난문자방송 송출 기준표에 화재는 재난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7일 주민들에 알림 문자를 보낸 고양시청 관계자는 "화재를 재난으로 분류하는 근거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이번 화재의 경우 재난 문자의 근거가 되는 '사회적 재난'에 속한다고 생각해 알림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석재왕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알림 문자를 보낸다고 해도 바쁜 시민들이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문자를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대형 화재에 대비한 사전 동네별 행동 매뉴얼 등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