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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사라진 세계 유일 한글이름 차, 유럽선 달리고 있었다

572번째 한글날이 돌아왔지만,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선 한글 이름이 사라졌다. 2000년대 후반까진 ‘무쏘’와 ‘누비라’ 등 한글 이름을 단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 중 한글 이름을 사용하는 제품은 하나도 없다.
 
쌍용차 '무쏘'. 한글 이름을 가진 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이다. 2005년 단종됐지만, 유럽에선 렉스턴 스포츠가 아직 무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쌍용차]

쌍용차 '무쏘'. 한글 이름을 가진 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이다. 2005년 단종됐지만, 유럽에선 렉스턴 스포츠가 아직 무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쌍용차]

한글 이름을 가진 차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3년 출시된 무쏘다. 무쏘는 코뿔소의 순우리말인 ‘무소’에서 탄생한 이름이다. 사륜구동차의 강인함을 강조하기 위해 무소를 경음화 했다. 무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 제휴를 맺어 초기 생산 제품에 벤츠 엔진을 탑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자동차 갤로퍼와 치열하게 경쟁했다. 2005년 단종 전까지 국내에서 32만6030대가 판매됐다. 1996년엔 당시 기준 최고급 내장재와 선택 사양을 적용한 한정판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가격은 당시 무려 5000만원에 육박했다. 
 
대우차 '누비라'.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란 뜻을 가진 이름이다. [사진 한국GM]

대우차 '누비라'.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란 뜻을 가진 이름이다. [사진 한국GM]

갤로퍼와 함께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역사의 상징으로 남은 무쏘는 현재는 생산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어 도로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 8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무쏘는 4만9798대고, 무쏘 스포츠는 5만8167대다. 그러나 이름은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선 렉스턴 스포츠가 아직 무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 상에 판매되는 차 중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단 자동차다. 쌍용차 관계자는 “무쏘는 과거 유럽에서 꽤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인지도와 평판도 좋은 편이라 렉스턴 스포츠에 무쏘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누리라의 후속인 누비라2. [사진 한국GM]

누리라의 후속인 누비라2. [사진 한국GM]

 
무쏘가 도로를 달리던 시절, 함께 한글 이름을 달고 도로를 누비던 차가 있었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누비라다. 누비라는 ‘이리저리 거리낌 없이 다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후속 모델을 포함해 총 24만 3567대가 판매되는 등 꽤 인기를 끈 자동차다.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에서 1982년 출시한 소형 승용차 '맵시'. 현대차의 포니2와 경쟁했다. [사진 한국GM]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에서 1982년 출시한 소형 승용차 '맵시'. 현대차의 포니2와 경쟁했다. [사진 한국GM]

또한 대우자동차는 누비라 이전에도 한글 이름 자동차를 판매한 적이 있다. 회사 이름이 새한자동차였던 1982년에 출시한 후륜 구동 소형 승용차 ‘맵시’다. 맵시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라는 뜻이다. 맵시의 뿌리는 독일 오펠 카데트 3세대 모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차는 미국에서 쉐보레 쉐벗, 일본에선 이스즈 제미니로 판매됐다. 새한자동차는 제미니를 국내에 들여와 팔았고, 그 후속 모델이 맵시였다.
 
맵시에 이어 출시된 '맵시나'. 1989년 단종됐다. [사진 한국GM]

맵시에 이어 출시된 '맵시나'. 1989년 단종됐다. [사진 한국GM]

당시 시작된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진 상품이기도 했던 맵시 이후 사명이 대우자동차가 되며 ‘맵시나’로 이름을 바꿔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맵시와 맵시나 모두 무쏘나 누비라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초라했다. 총 4만2729대가 팔렸다. 현대차 ‘포니2’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1986년엔 후속 주자 ‘르망’에게 자리를 넘겨줬고, 1989년 단종되면서 맵시라는 한글 이름도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됐다.
최초로 국산 엔진을 장착한 현대차 '포니'. 출시 전 국민 공모에서 아리랑이나 새마을 등의 한글 단어가 제품명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출을 고려해 포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사진 현대차]

최초로 국산 엔진을 장착한 현대차 '포니'. 출시 전 국민 공모에서 아리랑이나 새마을 등의 한글 단어가 제품명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출을 고려해 포니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사진 현대차]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에선 한 번도 자동차에 한글 이름을 붙인 적이 없다. 1976년 판매가 시작된 ‘포니’는 출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서 아리랑·새마을·무궁화 등이 이름 후보군에 올랐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조랑말을 뜻하는 영어단어 포니였다. 5차례 걸쳐 심사를 진행한 결과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이름이 선택된 것이다.
1974년 토리노모터쇼에서 선보인 현대차의 1호 콘셉트카 포니 쿠페. [사진 현대차]

1974년 토리노모터쇼에서 선보인 현대차의 1호 콘셉트카 포니 쿠페. [사진 현대차]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이름은 각 차가 판매될 국가의 선호와 상황을 고려해 판매 담당자들이 결정한다”며 “현대차에서 지금까지 출시한 모든 차가 해외에서도 판매됐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이름을 상황에 맞게 택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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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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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