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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로 선수 응원했더니, 코스가 더 잘보이네

기자
민국홍 사진 민국홍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14)
갤러리로 골프대회를 보는 게 골프를 100배 즐기는 것이다. 특히 여자골프 대회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다. 태풍 콩레이가 지나가 더없이 청명했던 7일 블루헤런 CC의 진로하이트 챔피언십 여자골프대회를 찾아 갤러리로 장하나 선수와 조윤지 선수 조를 18홀 내내 따라다닌 뒤 내린 결론이다.
 
장하나 프로가 경기를 끝내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기 직전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민국홍]

장하나 프로가 경기를 끝내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기 직전 같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민국홍]

 
이날 골프장을 라운딩 목적이 아니라 순전한 갤러리 자격으로 찾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장하나 선수에게 올해 대회 중 한 번은 꼭 갤러리로 와 응원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장 선수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스포티즌의 대표 시절 소속 선수로 매니지먼트하면서 인연을 맺어 남다른 애정이 있었고 올해 2승을 할 때 갤러리로 찾아 3승을 기원한다고 응원 약속을 했다.


장하나 선수와 갤러리로 찾아 응원하기로 약속
장하나가 3승에 도전하는 하이트 진로대회가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의 LPGA의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와 같은 날짜에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응원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내가 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지낸 2006년에도 미국의 LPGA 측이 당시 하나 코오롱 대회의 대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하이트 진로대회가 열리는 날에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마찰을 빚다가 양보한 적이 있어 늘 하이트 측에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골프를 치지 않는 아내와 가을 소풍 겸 산책을 즐기자는 생각도 있었다.
 
7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9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FR 챔피언조에 몰려든 갤러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7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9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FR 챔피언조에 몰려든 갤러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장 선수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탓인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선수한테 감정이입이 돼 긴장돼서인지 그가 퍼트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홀을 살짝 지나칠 때는 아쉬운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버디를 할 땐 엔도르핀이 나와 대리만족을 느꼈다. 
 
응원과는 상관없이 50위로 시작한 장하나 프로는 1타를 잃어 54위에 그쳤지만 명랑소녀답게 표정이 밝았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나도 갤러리로 나와 응원하는 선수와 하나가 될 수 있어 좋았고 아직 남아 있는 5개의 경기에서 그가 잘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장 선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분은 좋았다. 진로하이트 대회가 메이저 대회의 하나로 갤러리라면 누구든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진행이 깔끔했다. 이날 대회는 수준급의 코스를 선보였다. 명문 골프장인 블루헤렌의 그린 스피드는 3.7로 볼을 건드리기만 해도 멀리 굴러갈 정도였다. 페어웨이는 촘촘한 잔디가 양탄자 같았다. 
 
배선우 프로가 7일 경기 여주에 위치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9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17번홀 티샷을 날리고 있다. 배선우 프로는 이날 4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뉴스1]

배선우 프로가 7일 경기 여주에 위치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9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17번홀 티샷을 날리고 있다. 배선우 프로는 이날 4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뉴스1]

 
하지만 이렇게 멋진 코스가 선수들한테는 숨 막히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쉽사리 버디를 내주지 않았다. 그린이 빠른 데다 드라이브샷이 떨어지는 중간지점(IP)의 페어웨이 폭이 다른 골프장보다 10야드 이상 좁아 30야드도 채 되지 않았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페어웨이 양쪽에 심은 소나무 때문에 시야가 더욱 좁아 보였다. 
 
주최사인 진로하이트 그룹 측은 선수가 블루헤렌 코스에서 단련을 받으면 미국 LPGA에 진출해도 쉽게 적응할 것이라면서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기 위해 코스 세팅을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세계적 선수인 리디아고나 LPGA에 진출한 고진영이나 장하나 등 많은 선수가 고전한 가운데 배선우 선수가 언더파 우승을 내주지 않으려는 주최사 측의 계산(?)과는 달리 이날 4언더파로 우승을 했다. 이처럼 선수의 한계를 시험하는 코스에서 경기를 관람한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다.
 
게다가 야성미가 듬뿍 배어 있으면서 잘 꾸며진 수목원 같은 코스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을 소풍을 즐겼다는 의미도 있었다. 라운드할 때와 달리 갤러리로 18홀을 도니 홀 하나하나를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골프장의 진정한 면모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원래 이 골프장의 원래 이름은 클럽700으로 한솔그룹이 운영하던 것을 진로하이트 그룹이 인수해 개보수했다.


골프장에서 아내와 즐겼던 가을 소풍
18번 홀은 쭉쭉 뻗은 낙락장송이 페어웨이를 따라 서 있다. [사진 민국홍]

18번 홀은 쭉쭉 뻗은 낙락장송이 페어웨이를 따라 서 있다. [사진 민국홍]

 
이곳은 클럽 700시절부터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처럼 반송과 다박송이 많이 조경된 멋진 골프장이었다. 골프장을 인수한 진로 하이트 측은 많은 예산을 들여 강원도 정선에서 40~50m의 낙락장송(대적송)을 720그루나 새로 옮겼다 심었고 전 홀에 흰빛의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억새를 정성 들여 이식해 놓았다.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골프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우람한 소나무와 야성적인 들풀의 남성미를 뽐내는 절묘한 조경을 가진 골프장으로 재탄생했다. 5시간에 걸쳐 9km에 이르는 18개 홀을 돌았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등산한 것만큼 몸도 충분히 풀었다.
 
주최사가 이런 골프장에다 세계적인 수준을 지향하는 골프대회를 준비해놓았고 갤러리들이 먹고 쉬는 갤러리 플라자에서 맥주를 무한대로 제공했다. 이런 점에서 정작 골프를 할 때 못 느꼈던 골프 관전의 진수를 맛보면서 가을 소풍의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었다. 이날 골프대회에 갤러리가 1만명 이상 운집한 것도 다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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