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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전 남친과···" 女 "차라리 죽여" 살인 부른 리벤지포르노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씨와 전 남자 친구인 유명 헤어디자이너 최모(27)씨의 쌍방 폭행 사건으로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범죄에 대한 엄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전주에서 리벤지 포르노가 발단이 된 살인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가 여성에게 정신적 피해만 주는 게 아니라 폭력과 살인 등 또 다른 강력 범죄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란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사귈 당시 촬영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쌍방 폭행' 논란으로 경찰에 모습을 드러낸 구하라(27)씨와 전 남자 친구 최모(27)씨. [중앙포토]

'쌍방 폭행' 논란으로 경찰에 모습을 드러낸 구하라(27)씨와 전 남자 친구 최모(27)씨. [중앙포토]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박정제)는 8일 "인터넷에서 연인이 과거 다른 남성과 성관계하는 영상을 보고 말다툼 끝에 연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47)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5일 오전 2시 30분쯤 전북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 앞 정문 앞에 주차된 내연녀 B씨(57)의 승용차 안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던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을 저지른 A씨는 특별히 폭력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을까. 도대체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법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A씨가 지난 4월 25일 인터넷 한 사이트에서 B씨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을 발견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해당 동영상이 어떻게 촬영되고, 유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상 때문에 수차례 말다툼을 벌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일 올라온 '리벤지포르노범들 강력징역(처벌)해주세요'라는 글에 8일 현재 21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일 올라온 '리벤지포르노범들 강력징역(처벌)해주세요'라는 글에 8일 현재 21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급기야 사건 당일 A씨는 B씨에게 "네 성관계 동영상만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B씨도 폭발했다. "다시는 (성관계 동영상)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다시 꺼내냐. 차라리 나를 죽여"라며 화를 낸 것이다. 이에 격분한 A씨는 비록 사회가 허용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한때 사랑하던 B씨의 목숨을 빼앗았다.  
 
재판부는 "범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피해자는 반항하면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유족들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은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은 엄한 처벌과 장기간 사회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두 건의 벌금형 외에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전 남자 친구와 폭행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씨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구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전 남자친구 최모(27)씨의 '일방 폭행' 주장에 대해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남자 친구와 폭행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씨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구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전 남자친구 최모(27)씨의 '일방 폭행' 주장에 대해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리벤지 포르노는 여성의 일상을 완전히 파괴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당초 구하라씨 사건도 구씨의 일방적 폭행으로 알려졌지만, 구씨가 입을 열면서 두 사람의 쌍방 폭행 공방으로 번지더니 최씨가 성관계 영상을 빌미로 "연예인 인생을 끝나게 해주겠다"며 구씨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양상이 급반전됐다. 구씨는 강요·협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을 추가해 최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일 올라온 '리벤지포르노범들 강력징역(처벌)해주세요'라는 글에는 8일 현재 21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황지영 전주시 인권옹호관(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은 "데이트 관계에서 리벤지 포르노를 빌미로 지속적 만남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늘고 있다"며 "인터넷 공간에 일단 영상과 사진이 올라가면 삭제도 어려운 데다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라는 왜곡된 이미지가 덧씌워져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또 다른 폭력이나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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