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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없인 미래 없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한국 자동차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불러온 GM 군산공장 폐쇄, 내수·수출 부진에 따른 자동차와 부품 생산량의 급감,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적자 누적, 건실했던 자동차 부품업체의 파산,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의 과로에 의한 사망 등 많은 문제점이 최근 2~3년간 일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의 근간을 이루어왔던 자동차산업이 이대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
 
한국에서 자동차산업은 특별하다. 제조업 생산의 13%를 감당하고, 부가가치 12%를 만들어 낸다.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라 철강·비철금속·유리 등 소재부터 운송·정비·광고·금융 등 서비스, 그리고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자존심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포니가 수출되고 미국에서 굴러다니는 걸 보면서 우리 동포들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했다. 그 후 몇십 년간 우리 자동차산업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해왔고 우리는 그것을 선진국의 징표로 받아들였다. 후진국치고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가 없거니와 우리처럼 빨리 성장했던 나라도 없었다.
 
하지만 완성차들의 수출과 내수가 감소하고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취약해지면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동차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건강을 따져보거나, 경쟁력을 점검해 보거나, 미래를 위해 새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생각은 했다 치더라도 실천을 못 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매우 후진적이다. 첫째, 공급 사슬이 수직적 하청 관계로 이루어져 부품업체의 제품·시장 경쟁력이 없다. 완성차 기업 의존도가 거의 80%에 이른다. 스스로 디자인할 역량도, 스스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할 역량도 없다.
 
시론 10/08

시론 10/08

둘째, 수출 기업보다 내수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처럼 내수 중심인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늘 낮다. 그래서 혁신이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돈이 없다. 그러니 맨날 제자리고 위기 상황이 오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된다. 셋째,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부품업체의 글로벌 진출은 늘 완성차 업체의 요청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부품업체들에는 시장을 이해하고 솔루션을 만들 역량이 없다.
 
부품업체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의 문제는 더 크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에 시장 대응에 실패하고 제품 전략에서 실패하여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완성차 업체 자신뿐 아니라 부품업체들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생존하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거래가 표준화와 모듈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쟁력 있는 부품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부품업체도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글로벌화를 추진할 수 있다.
 
둘째,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시장도 작은데 동일한 부품으로 경쟁하는 회사도 많고 규모가 너무 작아 경쟁력이 없는 회사도 많다. 자동차산업에서 매출 500억원 이하 규모는 별 의미가 없다. 구조조정펀드와 같은 것을 만들어 부품회사 여럿을 인수·합병해 규모를 키우거나, 투자하거나, 업종 전환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펀드와 같은 외부 자금이 부품업체에 들어가게 되면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으로 바뀌게 되고, 시장 확보를 위해 보다 글로벌 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개별 기업 단위의 경쟁보다는 협업이나 협동을 통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해서 규모의 경제 이점을 누릴 수 없다. 협업이나 협동은 이를 쉽게 한다. R&D, 유통, 디자인, 시제품 제작 등 정부 지원도 개별 기업보다는 협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화이다. 글로벌화의 핵심은 사람이다. 글로벌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동차 기업에 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인센티브제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면 협동조합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 인력풀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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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