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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비건 바람 맞히고 방러 … 내일 북·중·러 3자회담

이틀간 중국을 방문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틀간 중국을 방문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귀빈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7일 평양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상견례’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정작 러시아에 나타났다. 폼페이오 장관 일행의 방북 하루 전인 6일 오후 2시50분쯤(현지시간) 최 부상은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 4~5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인사들을 만난 뒤 베이징(北京)발 아에로플로트 SU205편에 탑승해 모스크바로 왔다. 최 부상은 셰레메티예보 공항 귀빈실을 나와 차량에 오르기 전 방러 목적을 묻는 기자들에게 “3자 협상을 하러 왔다”고 답했다. 그는 9일까지는 모스크바에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8일 러시아 외무차관과 북·러 양자회담을 하고, 9일에는 러시아·중국 외무차관과 함께 3자회담까지 연다.
 
최 부상은 북한 외무성 내 손꼽히는 미국통이다. 향후 비건 대표를 상대하며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할 인물로 지목됐다. 그런 그가 폼페이오 장관 일행을 평양에서 영접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찾는 자체가 북한의 대미 협상 전략이자 대미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 외무성 대표단이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북·중 양자협상과 모스크바에서 진행되는 북·러 양자협상, 북·중·러 3자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양으로 향하던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 부상의 러시아행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한 듯한 눈치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아마도 그녀(최 부상)가 (평양에) 돌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을 놓고 최선희가 폼페이오 일행을 바람맞힌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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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미 간 실무협상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최 부상이 필요없을 수도 있지만 북·미 협상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가급적 늦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원하는 반면, 비건-최선희 실무회담에서 나올 꼼꼼한 ‘스몰딜’은 피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의 큰 방향은 정상회담에서 결정되지만 비핵화에 가장 중요한 실제 실행 조치는 최선희와 비건 라인에서 이뤄질 실무협상에서 다뤄지는데, 북한이 벌써부터 실무협상 지연술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내에선 북한이 비건 대표를 무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의 노림수가 안방을 비운 대신 ‘뒷문(중국·러시아)’을 챙기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대미 압박 차원에서 전통 우호국인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북한과 러시아 매체가 알린 북·중·러 3자회동은 전례가 없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북·중, 북·러 양자 협의는 종종 하지만 3자가 한데 모이는 건 본 적이 없다”며 “미국이 한국·일본과 함께 압박 진용을 유지하자 북한도 이에 대응하는 성격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3자 간 이해가 일치하는 제재완화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줄곧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북한을 지원사격했다.
 
최선희의 모스크바 방문은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양국은 북·러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이미 깊숙이 조율해 왔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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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