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강민석의 시선]오세정 의원사퇴 다음날, 유은혜의 새벽전화

강민석 논설위원

강민석 논설위원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투표 153명, 가(可) 135명. 이로써 '오세정 사직의 건'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땅”(문희상 국회의장)하는 선언으로 그의 신분이 '전 의원'으로 바뀌었다. 정확히는 서울대 총장선거에 도전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놓았으니 잃은 게 아니라 던져버린 것이다.
 
그는 2014년, 서울대 총장선거(직선 아닌 간선제) 당시 총장추천위의 1순위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대 이사회가 결과를 뒤집어 2순위 인사를 낙점하면서 총장 취임에 실패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2순위 인사를 이사회가 민 것이란 의혹도 남아 있다.
 
4년 뒤인 오늘 오 전 의원은 '재수'에 나섰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그를 포함해 서울대 총장을 놓고 9명이 경합 중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직 사퇴서가 수리된 다음날(10월 2일) 새벽. 오 전 의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정확히는 후보자)이었다. 이젠 의원 신분도 아닌데 뜻밖이었다. 유 장관은 오 전 의원에게 ”인사청문회 때 합리적으로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청문회 당시 유장관은 무려 13시간 동안 야당의원들에게 도덕성 검증을 받았다. 그때 오 전 의원은 "유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가 일부는 과장된 것도 있고, 오해도 있다"면서 정책질의에 집중했다. 유 장관은 오 전의원과 통화한 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후보자'라는 꼬리표를 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2일 오후 임명장을 받는 유은혜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에게 2일 오후 임명장을 받는 유은혜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실 청문회 당시 야당의 공세는 예고된 것이었다. 자리 자체가 그렇다.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은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임명했다. 하지만 취임 후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 장관은 사흘 만에 낙마했다. 이어 청와대 인사수석(정찬용)과 민정수석(박정규)마저 각각 잘못된 추천과 검증을 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정도의 대형 인사사고였다. 그 여파로 2005년 7월 장관 후보자들도 국회에서 청문회를 거치도록 인사청문회법이 바뀌었다.  
 
장관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교육부 장관 때문에 생긴 셈이다. 이후에도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장관이 청문회통과 직후 하차했고, 이명박 정부의 어윤대 후보자, 박근혜 정부의 김명수 후보자가 아예 후보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을 정도로 낙마 사고가 가장 잦은 부처가 교육부였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그런 민감한 자리에 유 장관이 선 것이다. 그나마 무난한 카드도 아니었다. 다음은 문교부(교육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2000년대 이후의 역대 교육수장 목록이다.
 
▶김대중 정부=한완상(서울대ㆍ상지대 총장) 이상주(서울대ㆍ한림대 총장)
 
▶노무현 정부=윤덕홍(서울대ㆍ대구대 총장) 안병영(연세대ㆍ연세대 교무처장) 이기준(서울대ㆍ서울대 총장) 김진표(서울대ㆍ경제부총리) 김병준(영남대ㆍ국민대 교수) 김신일(서울대ㆍ서울대 교수)
 
▶이명박 정부=김도연(서울대ㆍ서울대 공대학장) 안병만(서울대ㆍ외국어대 총장) 이주호(서울대ㆍKDI 교수)
 
▶박근혜 정부=서남수(서울대ㆍ위덕대 총장) 황우여(서울대ㆍ판사) 이준식(서울대ㆍ서울대 부총장)
 
▶문재인 정부=김상곤(서울대ㆍ한신대 교수)  
 
※( )안의 대학은 출신대, 직책은 임명 전 주요 보직.
  
역대 장관을 살펴보면 ‘나이 지긋한 60대의 서울대를 나온 총장 또는 교수, 그리고 남성’이 우리에게 익숙한 장관상(像)이다. ‘서울대 출신이거나 교수(총장급)를 지낸 인사'라는 조건은 법칙에 가까웠다.가령 비서울대가 두 명(안병영-김병준) 있었지만 모두 교수 출신이었다. 김진표-황우여 장관은 교직은 지내지 않았어도 모두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유 장관은 56세 여성에, 성균관대를 나왔고, 교수도, 심지어 교사 출신도 아닌데 문재인 대통령은 왜 임명한 것일까. 아마도 서울대도, 교수 출신도 아니라서 임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19일 유은혜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유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19일 유은혜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9일 국회에서 열렸다. 유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흔히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의 세 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그런데 기존 장관들은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가 처한 현실을 잘 모르고, 교육부 안팎에 포진한 '사범대 마피아'에 휘둘려왔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초대 교육수장으로 거창고 교장을 지낸 ‘전성은’이란 카드까지 검토했다. 어찌 보면 유 장관은 전성은 카드보다 더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다.  

 
그러니 야당의 맹렬한 반대는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유 장관 입장에선 합리적 비판을 한 오 전 의원이 감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 전 의원의 질의가 맹탕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가장 본질적인 것을 물었다.
 
“유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1년밖에 재임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그가 했다. 현역 재선의원인 유 장관이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한다면, 1년2개월짜리 장관을 피할 수 없다. 의원직 대신 교육의 길로 나선 오 전의원이니 더욱 힘이 실린 물음이었다. 
 
하지만 유 장관은 "교육개혁을 위해 의원직을 건다는 각오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류의 단호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날은 어찌 될지 잘 모른다"는 식의 답변에선, 여러 면에서 '사상 첫'이란 수식어가 붙는 장관에게 느껴야 할 결기를 느낄 수 없었다.
 
남은 의원임기를 20개월 가까이 포기하고 서울대 총장선거에 도전장을 낸 오세정 전 바른미래당 의원. 그는 교육정책의 장기적 안목을 강조한다. 조용철 기자

남은 의원임기를 20개월 가까이 포기하고 서울대 총장선거에 도전장을 낸 오세정 전 바른미래당 의원. 그는 교육정책의 장기적 안목을 강조한다. 조용철 기자

오 전 의원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서울대 총장임기는 4년이다. 교육부장관도 임기를 정한다면 몇년이 적정하다고 보는가.
“대통령과 5년을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정책은 장기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입시만해도 '3년예고제'이니 다음정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
 
우여곡절끝에 유 장관이 임명장을 받았다. 새 장관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존 관료조직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간 교수나 총장들이 장관으로 들어가서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극복하고 끌고나갔으면 좋겠다. 교육은 장기적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1년안에 효과내겠다는 생각은….”
 
분명한 건 교육수장 자리가 의원직의 부업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사상 첫 비서울대-비교수 출신 교육수장에겐 ‘1년 장관’말고, ‘오세정의 길’도 있다. 물론 장관 일을 잘했을 때만 받아들 수 있는 선택지다.
 
강민석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