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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미칼 대신 스마트폰···요즘 조폭 잘 안 잡힌다

지난 4월 조직폭력배(조폭) 수십명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적발돼 기소됐다. 불법도박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범죄 수익을 챙기고, 세금 2000억원을 탈루한 일당들이었다. 이중엔 성남의 폭력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38)씨도 있었다.
 
이씨는 청년 사업가 행세를 했다. 중국의 유명 전자업체 국내 총판 대표 직함을 갖고 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량을 타고 다녔다. 지역 노인복지시설과 장기 연체자들에게 수천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140억원의 세금을 탈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였다. 이씨 외에도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답십리파, 유성파, 대전사거리파 등 조폭들이 함께 기소됐다.
 
조폭이 지능화되고 있다. 흉기를 들고 패싸움을 하거나 상인을 갈취하는 등 수사 기관의 이목을 끄는 범죄 대신 합법적인 사업체로 가장해 활동하는 조폭들이 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해외에 기반을 둔 도박·성인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금융업자·건설업자 등 간판을 달고 불법 수익을 올리며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러 구속되는 조폭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조직폭력사범 단속 실적’에 따르면 구속된 조폭 조직원 수는 2008년 1468명이었다가 2012년 649명, 지난해 422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9년 새 70% 넘게 줄어든 것이다. 구속되지 않고 단순 입건된 조직원의 수는 2008년 5411명, 지난해 3163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정작 조폭 조직이나 조직원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조폭 조직은 212개로 조직원 수는 5211명에 달한다. 4년 전인 2014년(조직 216개, 조직원 수 5378명)과 비슷하다.
 
지역별로는 30개 조직에 조직원 815명이 활동하고 있는 경기도가 전국에서 조폭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22개 조직, 523명), 부산(21개 조직, 408명), 경북(13개 조직, 399명)이 뒤를 이었다. 조폭 조직이 가장 적은 지역은 울산으로 4개 조직에 94명 조직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부산·광주·대전·경북·제주 지역은 4년 전보다 조폭 수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경찰은 전년도 검거된 신흥폭력조직 및 기존의 ‘관리대상 조폭 현황’을 심사해 매년 조폭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조폭들이 ‘지능형 범죄 조직’으로 거듭나면서 구속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합법 사업체처럼 보여도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성인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조폭 조직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조폭도 몸을 쓰는 범죄보다는 ‘경제사범’식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 되고, 법원도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을 세밀하게 따지면서 영장 발부가 줄어든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폭이 지능화되는 만큼 수사 당국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이 유흥업소 등을 근거지로 조폭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 검거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조폭 전담팀처럼 연속성 있는 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 내 특별팀을 더 활성화하고 해외 공조 수사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일본이 ‘폭력단 대책법’ 같은 단일 법 체계로 조폭을 집중 관리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감시망에 오른 조폭의 범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 대상에 오른 조직과 신흥 조직 모두 엄중히 감시해 불법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손국희·이태윤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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